“유행을 좇는 대신 다음 세계를 만든다” 버추얼 아이돌 정키크림의 미국 론치패드 선정

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 콘텐츠 스타트업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론치패드 선정

정키크림 총괄 프로듀서 크롬 & 글리치. 사진=정키크림
정키크림 총괄 프로듀서 크롬 & 글리치. 사진=정키크림

최근 버추얼 아이돌 혁신 정키크림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콘텐츠 스타트업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론치패드'의 미국 권역 참가기업으로 선정됐다. 이에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론치패드'는 경쟁률이 꽤 치열했다. 이에 정키그림의 크리에이티브 총괄을 맡고 있는 Chrome & GLITCH 프로듀서를 만나 그 과정을 들어봤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콘텐츠 스타트업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론치패드 선정 결과에 따른 두 분에게는 어떤 의미였는지.



◇ 글리치: 저희한테는 정말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단순히 '선정됐다'는 결과보다, 저희가 설계해온 세계관과 감정 중심의 기술 접근이 글로벌 무대에서 의미 있게 받아들여졌다는 점이 더 크게 다가왔다.

미국은 이미 AI 활용이 고도화된 시장. 그런 곳에서 “이런 방식으로 AI를 다루는 팀이 한국에 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는 건 진짜 영광이었다. 그리고 이게 운이라기보단, 저희가 계속 다듬어 온 AI 프로세스가 진짜 통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기회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열어주신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크롬: 미국은 콘텐츠든 기술이든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 그런 시장에서 정키크림이 선택을 받았다는 건, 저희가 그동안 실험하듯 해왔던 것들이 이제 하나의 '기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을 줬다. 이번 선정이 저희 IP가 가진 무게감과 방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순간이기도 하다. 정키크림이라는 작은 배에 정말 강력한 엔진이 달린 기분이다.

-정키크림이 지향하는 방향이 더 궁금해진다. 정키크림만의 가장 큰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 크롬: 우린 콘텐츠를 대량 생산하는 공장이 아니다. 감정을 설계하고, 그 감정을 기반으로 IP를 만들어내는 창작 집단. 요즘 세상은 기술보다 감각이 더 중요하지않나. BRAZY의 퍼포먼스나 OCEAN의 서사, 시각적인 요소나 음악까지--모두 감각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이미 키즈 애니메이션부터 AI 영화, 성인 타깃 콘텐츠까지 확장 가능한 로드맵도 구축해뒀다.

◇ 글리치: 이 모든 걸 우리가 단 4명으로, 외주 없이 직접 만들었다는 게 핵심이다. AI 기반의 실시간 콘텐츠 제작, 언리얼 엔진을 활용한 비주얼 구현, 음악, 안무, 캐릭터--all in-house. 이건 단순한 자립이 아니라, 창작 감정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시스템이죠. 전 세계 어디에도 없던 프로세스를 저희가 직접 실행하고 있는 것. 기술은 언제든지 새로 도입할 수 있다. 하지만 감각 있는 사람은 쉽게 만날 수 없다. 우리는 그 운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최근 키즈부터 성인 대상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IP도 개발 중이라고 들었다. 어떤 캐릭터들이 있나.

◇ 크롬: 디즈니, 픽사, 마블 그 어디보다도 독창적인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 올해는 다섯 가지 오리지널 KIDS 라인업을 먼저 테스트 중이다. 2026년부터는 12개 이상의 캐릭터와 단편 애니메이션도 함께 준비 중이다.

몬스터스트릿(Monster Street): 세상에 버려졌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몬스터들 이야기

다이노 스쿨(Dyno School): 멸종된 공룡들이 감정과 기억을 배우는 학교

블레이즈 파이트(Blades Fight): 고철 속에서 감정을 회복해가는 로봇들 이야기

블루 몬스터 레드(Blue Monster Red):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면 사라지는 세계에서 진짜 마음의 색을 찾아가는 여정

글로우(Glow): 외모는 우스꽝스럽지만 마음속 외로움을 빛으로 풀어가는 로봇의 이야기

◇ 글리치: 그리고 성인 타깃 애니메이션인 *'언리미터블'*도 개발 중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러브데스로봇'을 능가하는 퀄리티를 목표로 하고 있고, 독일 캐릭터 페어 참가, 완구 기업과의 사업권 계약, 애니메이션 MOU까지도 추진 중이다.

정키크림 총괄 프로듀서 크롬 & 글리치. 사진=정키크림
정키크림 총괄 프로듀서 크롬 & 글리치. 사진=정키크림

-정키크림의 기술 시스템이 굉장히 독특하다고 들었어요. 그 이야기도 조금 해주실 수 있나.

◇ 글리치: 우리는 단순한 버추얼 아티스트 제작사가 아니다. AI 감정 밀도 조절, 실시간 퍼포먼스 시스템, 음성 합성, 인터랙티브 3D--all-in-one으로 구현 가능한 풀스택 구조를 갖추고 있다. 실제로 단 3개월 만에 앨범, MV, 티저, 숏폼까지 120개 넘는 콘텐츠를 제작해냈고, 이건 시스템적으로 완전히 검증된 프로세스이다. 매 앨범마다 가장 최신 AI/툴을 테스트하고 적용하는 게 기본 원칙. BRAZY의 첫 앨범에서 쓴 기술들은 이미 지금은 안 쓴다.

◇ 크롬: 기존 방식은 분업화에 의존하지만, 저희는 모든 과정이 하나의 감정 그래프 안에서 돌아간다. 그래서 그 결과물엔 생명감이 있다. 많은 기업이 플랜만 이야기할 때, 저희는 이미 완성된 결과물을 만들어놓고 움직인다. BRAZY가 그 첫 공개였고, 저희는 이걸 미국에서도 계속 보여드릴 것. 지금까지 대기업 프로세스가 필요하지 않았던 이유--단 4명이 이 모든 걸 만들었기 때문이다.

-단 4명이서 시작한 거 맞나요? 처음엔 어땠는지 궁금하다.

◇ 크롬: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컴퓨터도 없었고, 사무실은 장마에 물에 잠겨 있었다. 크롬과 글리치, 둘이서 시작했다. 투자도 없고, 외부 도움도 없었다.

◇ 글리치: AI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2022년 우연히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대부분의 업무가 AI로 대체 가능한 걸 직접 경험하게 됐다. 그게 기회였고, “우리도 직접 해보자”는 생각이 정키크림의 출발점이었다. 4명이니까 빠르게 결정했고, 조직 내 정치 없이 오롯이 창작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번 론치패드는 그런 저희의 결과물을, 진심을 알아봐주신 거라고 느낀다.

-준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 크롬: 2024년 10월, 첫 결과물인 단테의 'PARADOX' 앨범과 MV를 USB에 담아서 무작정 미국으로 갔. “선배들도 다 그렇게 시작했잖아”라는 심정이었다. SONY, HIVE USA, AVEX USA 등 주요 엔터사 앞까지 찾아갔는데, 대부분은 미팅 없이 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더라. 그래서 그냥 경비실이나 우편함에 USB만 놓고 돌아오기도 했다. 그때 LA 저녁노을을 보며 먹었던 햄버거, 지금도 잊지 못한다.

◇ 글리치: SONY에서의 장면은 정말 잊지 못한다. 경비가 엄청 엄격해서 주차장도 나갈 수 없는데, 우연히 한 남성을 만났고 그 사람에게 “혹시 소니 직원이세요?”라고 물었는데 알고 보니 SONY MUSIC USA의 부사장이었다. “너희 제대로 찾아왔네”라며 USB를 받아주시더라. 정말 영화 같은 순간이었다.

-미국 시장에서 정키크림이 그리고 있는 비전이 있다면?

◇ 글리치: 미국은 저희가 만든 '새로운 언어'를 가장 먼저 이해할 수 있는 시장이다. AI는 전 세계적 흐름이지만, 감성적으로 K-POP을 해석해내는 방식은 아직 흔치 않다. 우리는 그 결과물을 갖고 있고, 이제 보여줄 준비가 돼 있다.

◇ 크롬: 정키크림은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은 콘텐츠 브랜드다. 이번 론치패드는 저희 여정의 시작이고, 우리는 더 이상 가능성에 머무르지 않을 것. 기술과 감정, 서사가 하나로 어우러진 이 새로운 언어가, 결국 전 세계 콘텐츠 산업의 기준이 되리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날까지 계속 도전할 것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