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부동산 담보대출 중심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첨단산업과 성장기업 지원으로 전면 전환한다. 이들 금융지주는 3분기 들어 생산적금융 지원을 위한 조직 개편을 완료하고 향후 5년간 최소 180조원+α을 투입하는 대규모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KB금융은 최근 '생산적금융협의회'를 출범하며 변화에 속도를 냈다.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전략·리스크·리서치센터가 참여하는 이 협의회는 그룹 전체 생산적금융 전략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KB국민은행 내에 '첨단전략산업 심사 유닛' '성장금융추진 유닛'을 별도로 신설해 첨단산업과 성장금융을 전담하도록 체계를 갖췄다.
신한금융도 비슷한 행보다. 은행 내 애자일(Agile) 전담 조직을 새로 만들어 유망·우량기업 발굴과 산업 분석·심사 지원 기능을 강화했다. 그룹 차원에서 통합관리조직(PMO) 형태로 '초혁신경제 15대 선도프로젝트'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첨단소재,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성장산업 기업금융(IB) 기능도 끌어올렸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계열사가 총출동하는 협의체를 가동했다. 하나금융은 경제성장전략 태스크포스(TF)를, 우리금융은 '첨단전략산업금융협의회'를 각각 출범시키며 자회사 대표들이 직접 참여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었다. 우리은행에 본부 지원조직, 전담 영업조직, 전담 심사팀 등을 신설하는 등 실행 조직도 갖췄다.
이 같은 조직 개편 핵심은 부동산 담보대출 비중을 줄이고 기업대출과 인프라금융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것이다. KB금융은 국가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형 전략산업 프로젝트 금융 주선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실행력을 높이는 중이다. 계열사별로 첨단산업과 혁신기업 지원을 위한 심사체계를 고도화하면서 그룹 운영 체계 전환 작업에 집중한다.
우리금융은 전체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기업대출 비중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분석과 심사 역량을 강화하고 첨단전략산업 및 전·후방 산업에 대한 금융지원 체계를 촘촘히 구축한다.
지방 금융지주들도 지역 특성을 살린 차별화 전략을 내놓고 있다. BNK금융지주는 동남권 지역 특화산업인 해양·방산·에너지·항공 중심 지원에 나섰다. 1호 사업으로 부산 다대포 해상풍력단지 조성 투자를 추진하면서 공공·민간·해외금융이 합작하는 프로젝트까지 제시한 상태다.
투자 규모 면에서는 하나금융이 가장 공격적이다. 2030년까지 5년간 약 100조원을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하나 모두 성장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적금융 84조원, 포용금융 16조원으로 나눠 투입할 계획이다. AI·에너지·방산·바이오 등 핵심 성장산업에 자금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대전·충남 지역펀드 결성과 벤처 모펀드 확대도 병행 추진한다.
우리금융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는 총 80조원 규모로 짜여졌다. 생산적금융 73조원, 포용금융 7조원으로 배분하면서 부동산 중심 수익 모델에서 혁신·벤처·지역 성장 분야로 자금 흐름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NH농협금융지주는 회장이 직접 주관하는 '생산적금융 활성화 TF'를 꾸리며 색깔을 드러냈다. NH투자증권을 중심으로 모험자본 공급을 강화한다. 특히 농업·농산업 생태계 지속 성장 지원과 잠자는 자산(Idle Assets) 유동화 등 농협 특유의 생산적금융 아이디어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iM금융지주는 '생산적금융협의회'를 발족하고 지자체·유관기관과 협력망을 넓히고 있다. 스타트업 보육센터 '피움랩(FIUM-LAB)'을 통한 비금융 컨설팅 지원도 병행하며 지역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비금융·금융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을 택했다.
조직과 자금만 투입하는 것이 아니다. 신한금융은 최근 전문 인력 채용에도 나섰다. 산업 분석과 벤처캐피털(VC) 운용 경력을 보유한 인력을 뽑는 등 여신심사역 역량 강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첨단전략산업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력 구조 개편까지 추진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담보대출 위주 영업에서 첨단산업과 혁신기업 지원으로 전환하는 것은 단순한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이 아니”라며 “수익 모델 자체를 바꾸는 대전환인 만큼 2026년부터 본격화될 생산적금융이 금융권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