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산업에서 세라믹 부품의 존재감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고온에서도 안정된 성능을 유지하고, 경량·내마모·내환경 특성을 모두 갖춘 세라믹은 금속 소재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전장·구동·배기 시스템의 기술 요구를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브레이크 패드, 점화 플러그, 센서, 촉매, 전장부품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세라믹이 핵심 소재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첨단 세라믹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시장조사기관 모도인텔리전트에 따르면 첨단 세라믹 부품 시장은 연평균 7%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전기차 확산과 강화되는 환경 규제 속에서 경량화·내열성·내마모성을 두루 갖춘 세라믹이 차세대 파워트레인과 배터리 시스템의 핵심 재료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현재 세라믹은 배터리 절연재, 고방열 부품, 촉매 및 필터, 센서 하우징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3D프린팅 등 생산 기술의 발달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공급망 진입도 한층 용이해졌다. 산화지르코니아와 알루미나 부품은 엔진, 배기, 전기·전자 센서, 내·외장 시스템 등에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이 같은 산업 흐름은 내년 3월 24일부터 26일까지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세라믹산업 전시회 '세라미텍(ceramitec) 2026'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라미텍은 세라믹 소재·공정·부품·장비 등 전 밸류체인을 아우르는 글로벌 전시회로, 양산 기술과 상용화 사례, 공급망 전략을 한자리에서 다룬다. 전시회는 미래차 소재 산업의 방향을 모색하는 국제 협력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주요 참가사는 리토즈(Lithoz), 생고뱅(Saint-Gobain IndustrieKeramik), 알마티스(Almatis) 등이다. 리토즈는 독자적인 LCM(광경화 기반 적층제조) 공정을 기반으로 보쉬와 협력해 자동차용 고정밀 세라믹 부품의 대량 양산 체계를 구축했다. 생고뱅은 세라믹을 활용한 씰, 스페이서, 튜브, 링, 전장 하우징 등 다양한 실차 적용 사례를 선보이고 있으며, 알마티스는 고순도 알루미나 분말과 기술 세라믹 소재를 공급하며 촉매·코팅·배터리 부품 등 고내열·경량 부품 시장에서 핵심 공급자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완성차 및 1차 벤더(Tier 1) 기업들의 관심도 높다. 폭스바겐, 아우디, 브렘보(Brembo), 보쉬 등 유럽 주요 업체들은 지난해 세라미텍 현장을 직접 찾아 세라믹 기반 미래차 부품 기술과 공급망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세라믹은 미래차의 효율과 내구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핵심 인프라”라며 “소재 기술의 진화 없이는 전동화와 경량화라는 산업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 세라믹 산업에도 기회가 커지고 있다. 첨단 세라믹 소재 개발력과 양산·품질관리 역량을 갖춘 국내 기업이라면 글로벌 OEM과의 공동개발, 신규 부품 공급망 진입, 전장 및 고온 부품 시장 확대가 가능하다. 세라미텍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기술 수요와 공급망 변화를 확인하고, 해외 소재·부품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로 평가된다.
한편, 세라미텍 2026은 현재 한국 참가 기업을 모집 중이다. 참가 신청 및 문의는 메쎄뮌헨 한국대표부로 하면 된다.
임민지 기자 minzi5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