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고 친구와 모자 돌려쓰다, 시원하게 대머리 된다

두피서 머리카락이 빠진 모습. 자료=챗GPT
두피서 머리카락이 빠진 모습. 자료=챗GPT

영국에서 겨울철 모자·목도리 등 개인용품을 함께 쓰는 습관이 두피 곰팡이 감염인 '두피 백선(tinea capitis)'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에 자주 쓰는 산타 모자처럼 여러 사람이 만지고 착용하는 소품도 감염 매개가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26일(현지시간) 지난해 봄부터 영국 내 두피 백선 감염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겨울철에는 “모자 공유 금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위생 관리가 허술한 저가형 이발소와 공용 모자·수건 등이 감염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샘 신키르 에스테 메디컬 그룹 CEO는 “백선은 머리나 피부에 닿는 개인용품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가장 쉽게 퍼진다”며 “수건, 빗, 베갯잇, 모자 등이 대표적인 전파 매개”라고 말했다. 이어 “항진균제나 전용 샴푸로 치료할 수 있지만 치료가 늦어지면 보기 흉한 원형 탈모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피 백선은 접촉 전염성이 매우 높은 곰팡이 감염으로, 심한 가려움과 탈모 반점, 고리 모양의 비늘성 발진, 붉은 돌기 등이 흔히 나타난다. 모자나 침구처럼 두피가 닿을 수 있는 물품을 제대로 세탁하지 않을 경우 가족 전체로 빠르게 번질 수 있다.

영국 NHS 의사이자 WHO 기술자문그룹(TAG) 전문가인 제임스 오도노번 박사도 “곰팡이는 생각보다 오래 생존한다”며 “특히 모자 공유는 감염 위험을 크게 높인다”고 경고했다. 그는 어린이가 감염된 경우 학교와 학부모에게 상황을 알리고 조기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정 내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 조치도 제시됐다. 오도노번 박사는 “가족 중 감염자가 있거나 의심되는 경우, 다른 구성원도 4주 동안 주 2회 항진균 샴푸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영유아·청소년이 학교나 학원에서 모자나 머리용품을 쉽게 공유하면서 감염이 빠르게 퍼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백선이 영국에서도 인구의 10~20%가 평생 한 번은 겪을 정도로 흔하지만, 겨울철처럼 실내 활동이 증가하고 개인 물품 공유가 잦아지는 시기에는 더욱 취약해진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은 “모자 공유를 피하고,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모자·빗·수건·침구를 즉시 분리해 관리하며 빠르게 항진균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