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122㎜ 견인포 'D-74 곡사포'가 전장에서 잦은 고장을 일으키며 품질 논란에 휩싸였다. 러시아군 내부에서도 내구성과 제조 품질에 대한 불만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 매체 밀리타르니는 23일(현지시간) 러시아 포병 관계자의 인터뷰가 담긴 영상을 소개하며 D-74 곡사포의 장단점을 상세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D-74의 장점은 소련제 122㎜ D-30 곡사포와 구조가 매우 유사해 러시아군이 보유한 현지 부품과의 호환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또한 D-30의 최대 사거리가 약 19㎞인 데 비해 D-74는 최대 24㎞까지 사격이 가능해 화력 면에서는 더 위협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단점은 훨씬 두드러진다. 제조 품질이 전반적으로 낮고, 포신과 구조물에 사용된 금속의 강도가 떨어져 전투 중 고장이 빈번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포의 수직 지지 역할을 하는 잭과 바퀴가 쉽게 파손돼 운용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는 불만이 러시아 포병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D-74는 매우 오래된 무기로, 내구성 자체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 곡사포는 1940년대 후반 구소련이 개발해 1950년대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간 무기로, 122㎜ 포탄을 사용하는 구형 화포다.
구소련은 이후 130㎜ 포탄을 발사하는 M-46 견인포로 주력 화포를 교체하면서 D-74를 공산권 국가들에 대거 수출했다. 북한은 1960∼1970년대 이 무기를 대량 도입해 자체 개량을 거쳐 장기간 운용해왔다.
밀리타르니는 “과거 거의 모든 D-74는 소련 무기고에서 중동과 아시아 지역으로 이전됐다”며 “D-74는 북한과 베트남, 중국, 알제리 군대에서 널리 사용됐고 현재도 일부 국가에서 운용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북한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장기화로 탄약과 무기가 부족해진 러시아에 포탄과 함께 포, 미사일 등을 공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D-74가 실제 사용되는 장면은 지난해 10월 처음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장기간 비축해온 구형 무기 재고를 러시아에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쟁으로 무기 부족에 시달리던 러시아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제한적이었고, 북한은 사실상 오래된 재고를 처분한 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명선 km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