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같은 행동을 반복할까? 왜 결심만 하고 바뀌지 않는가?”… 작가 이헌재가 말하는 '행동의 원리'

신간 '프로그램 · 욕망 · 재생산', 서양 철학의 사유로 인간 행동을 해부하다

이헌재 작가. 사진=이헌재 작가
이헌재 작가. 사진=이헌재 작가

매년 초 수많은 이들이 새로운 삶을 다짐하지만 대다수의 결심은 '작심삼일'로 끝난다. 자존감을 높이려 애쓰고, 관계의 굴레를 끊으려 노력하지만 삶의 궤적은 늘 익숙한 패턴으로 되돌아온다. 우리는 왜 이토록 바뀌기 힘든 것일까

서양 철학과 예술을 연구해 온 이헌재 작가는 결국 예술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에 대한 철학적인 분석이 심리학 · 생물학 · 유전학적 근거를 가진다면 우리가 진짜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원리를 찾을 거라는 생각이 이 연구의 핵심이 되었다.



신간 '프로그램 · 욕망 · 재생산 : 서양 철학의 사유 구조로 읽는 행동의 원리'는 과학이 밝혀낸 인간 행동의 원리를 출발점으로 삼아 다양한 행동의 원인과 결과를 '생산 알고리즘'이라는 하나의 구조로 구성한다. 현대인이 겪는 반복적인 실패의 원인이 '의지 부족'이 아닌 '구성된 프로그램과 욕망의 결과'라고 진단한다.

의지와 욕망의 배신, 문제는 '명령어'다. 이헌재 작가는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은 유전적 기질과 환경을 받아들이는 생물학적인 프로그램으로 작동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심리학적 과정은 명령어를 통해 욕망의 방향을 결정한다.

“우리는 자신이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믿고 있지만, 실제로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거나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식의 강력한 사회적인 명령어를 따르고 있을 뿐이다.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결과물인 행동만 고치려 드는 것은 작동 중인 소프트웨어는 그대로 둔 채 모니터 화면만 닦는 것과 같다. 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키는 힘인 욕망과 여기에 관여하는 명령어에 대한 철학적 관점이 변화의 핵심이다”

이는 결국 사회적인 명령어가 자신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관점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이 된다. 자존감이 낮은 것과 높은 것의 원리와 구조는 같다. 단지 프로그램에 의해 결정된 대상이 그 차이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을 재부팅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다. 왜냐하면 프로그램이 입력된 결과로 작동한다면 다른 입력을 통해 다른 출력을 산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헌재 작가는 독자들에게 변화를 필연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변화하려는 의지조차 사회적 명령일 수도 있기 때문이며 그래서 오히려 변화는 힘들다고 말한다. 변화는 의지로 쥐어짜는 것이 아니라, 이해를 통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상태이다. 그래서 이 책은 독자들이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분석할 수 있는 사유의 원천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자신의 프로그램이 작동되는 구조를 이해하라'고 조언한다. 구조를 이해하는 순간, 어떤 명령어를 따를지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이 비로소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해는 가장 조용한 변화이다”

서양 철학의 한계를 주체라는 개념의 한계로 보고 '주체를 벗어나 되돌아 온 인간'이라는 새로운 이론, '재생산'으로 전개한다. 이제 서양 철학은 다른 학문들과 다양한 예술 장르의 확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헌재 작가가 동시에 작곡가로도 활동하는 이유와 근거가 된다. 이런 사유는 과거의 신체 중심적 연극 작업을 넘어 사유·서사·음악을 개별 장르가 아닌 '사유가 흐르는 통합 회로'로 규정하는 새로운 차원의 사유-예술 프로토콜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재생산과 신체적 연극', '이헌재 신체적 연극 희곡집', 음반 '현대적 음악 모음집 1', '현대적 음악 모음집 EP', '신체적 연극 음악'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이 모든 연구 과정은 사유의 구조를 예술에 접목하는 예술 교육 브랜드 '앤 컬랩(Ann Collab)'을 통해 다양한 작업자들에게 전달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연극 · 영화 · 음반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과 소통할 계획이다.

서양 철학의 사유를 통해 현대인의 행동 원리를 명쾌하게 분석한 '프로그램 · 욕망 · 재생산 : 서양 철학의 사유 구조로 읽는 행동의 원리'는 현재 교보문고 온라인(퍼플)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