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대형 유통 업체들이 매장 내 범죄 예방을 명분으로 얼굴 인식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개인 정보 침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CNN은 미국 식료품 체인 웨그먼스가 뉴욕 시내 일부 점포에서 고객 얼굴을 식별하는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힌 이후 소비자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웨그먼스는 맨해튼과 브루클린에 위치한 매장 출입구에 얼굴 이미지, 눈 정보, 음성 데이터가 수집될 수 있다는 내용을 안내문으로 고지했다. 이는 뉴욕시가 2021년 관련 법을 통해 기업이 생체정보를 수집·보관할 경우 이를 사전에 공지하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범죄 예방과 매장 안전 확보가 목적이며, 과거 문제 행동을 보였다고 분류된 인물만을 식별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생체 인식 기술이 경찰 조직을 넘어 소매점, 공연장 등 민간 영역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웨그먼스 외에도 월마트, 크로거, 홈디포 등 주요 유통사들이 개인정보 처리 방침에 해당 기술 활용 가능성을 명시하고 있다.
대형 매장들은 절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인물 목록을 운영하고, 해당 인물이 입장할 경우 직원에게 즉시 알림을 보내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활용 중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논쟁은 이어지고 있다. MSG 엔터테인먼트는 매디슨 스퀘어 가든과 라디오 시티 뮤직홀에서 출입 제한 대상 명단을 운영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전문가들은 “많은 중대형 소매업체가 이미 생체인식 기술을 도입했지만 미국 사회 전반에는 이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크다”고 지적한다.
반면 규제는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23년 생체 감시 기술이 갈수록 정밀해지고 범위도 넓어져 사생활 보호와 시민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 피해 사례도 발생했다. 약국 체인 라이트에이드는 얼굴인식 오류로 무고한 고객을 범죄자로 오인하고 유색인종을 차별적으로 감시했다는 이유로 2023년 해당 기술 사용을 5년간 중단하는 데 합의했다.
전자프라이버시정보센터(EPIC)의 제러미 스콧 변호사는 “감시 체계에 대한 감독과 공개성이 부족해 오남용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법과 제도가 기술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소비자의 알 권리와 시민의 자유가 점점 더 위태로워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