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자산 많을수록 '변동금리' 찍었다…한은 “일률적 고정금리 유도 한계”

[사진= 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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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을 때 소득과 자산이 많은 차주일수록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를 선호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고소득층은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를 감내할 여력이 커 당장 금리가 낮은 변동형 상품을 선택해 비용 절감을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일률적인 고정금리 확대 정책이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26일 발표한 '주택담보대출 차입자의 금리 선택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자가 보유자이거나 총소득·총자산·총부채 규모가 클수록 변동금리 주담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2012년부터 2023년까지 '가계금융복지조사' 패널 데이터를 활용해 차주 특성과 시장 요인이 금리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차주 경제력이 높을수록 변동금리 선호 현상이 뚜렷했다. 자가 보유자는 미보유자 대비 변동금리 선택 확률이 3.4%포인트(P) 높았다. 소득과 자산이 한 분위(20% 단위) 상승할 때마다 변동금리 선택 확률은 각각 2.3%P, 1.5%P 증가했다.

최영준 연구위원은 “소득과 자산이 많은 차주는 금리 변동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나더라도 이를 감내할 경제적 여력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20대 청년층은 소득과 자산 수준이 낮아 금리 변동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고정금리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시장 상황도 금리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간 차이(스프레드)가 1%P 확대되면 변동금리 선택 확률은 6.5%P 높아졌다. 고정금리가 상대적으로 비싸지면 비용 절감 효과가 큰 변동금리로 수요가 몰린다는 의미다. 주택가격 상승률이 1%P 오를 때도 변동금리 선택은 1.2%P 증가했다. 집값 상승기에는 단기 매매 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수요가 늘어나며, 초기 이자 부담이 낮은 변동금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향후 금리 상승이 예상될 때는 고정금리 수요가 늘었다. 국고채 10년물과 3년물 금리 차이인 장단기 금리차(미래 기대금리)가 1%P 상승하면 고정금리 선택 확률은 37.6%P 급증했다.

우리나라 고정금리 주담대 비중(은행권 잔액 기준)은 정부 목표치인 30~40% 정책에 힘입어 2010년 0.5%에서 2023년 말 51.8%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멕시코(99.6%), 미국(95.3%) 등 주요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정부의 일률적인 고정금리 목표치 설정이 정책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고 제언했다.

최 연구위원은 “차입자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목표 설정보다는 시장 여건과 차주 특성을 반영한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