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IST-연세대, 성인기에도 감각 인지 정밀도 높여가는 원리 규명

디지스트(DGIST·총장 이건우)는 뇌과학과 시냅스 다양성 및 특이성 조절 연구센터 고재원 교수팀과 정은지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팀이 공동연구를 통해 성인기에도 뇌의 '감각 검문소'가 정교하게 재구성되며, 이 과정이 고해상도 감각 인지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24일 밝혔다.

인간이 복잡한 환경 속에서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쏟아지는 자극 중 중요한 정보만을 선별해 받아들이는 능력 덕분이다. 이때 뇌 시상부에 위치한 시상망상핵(TRN)은 외부 자극이 대뇌 피질로 전달되기 전 이를 조절하는 '감각 검문소' 역할을 한다.

(왼쪽부터) 정은지 연세대 교수·이동수 박사, 고재원 DGIST 교수, 한경아 충남대 교수
(왼쪽부터) 정은지 연세대 교수·이동수 박사, 고재원 DGIST 교수, 한경아 충남대 교수

그동안 학계에서는 이 검문소의 설계가 아동기 시절의 '결정적 시기'를 지나면 고정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연구팀은 생쥐 모델의 발달 단계를 정밀 분석,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TRN 회로가 재구성을 거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인기에 접어들면서 TRN으로 들어오는 특정 흥분성 입력이 감소하고, 그 결과 미세한 촉감 차이를 구별하는 능력이 강화됐다. 연구팀은 이 변화가 단순한 경험의 축적이 아니라, 성인 뇌가 감각 정보 처리 방식을 최적화하기 위해 회로를 다시 조정하는 능동적 성숙 과정이라고 제시했다. 즉, 성인기에도 뇌는 불필요한 감각 신호를 더 정밀하게 걸러내고 중요한 정보만 선명하게 남기도록 회로 수준에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유년기부터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뇌의 '감각 검문소'가 정교해지는 과정을 나타낸 이미지
유년기부터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뇌의 '감각 검문소'가 정교해지는 과정을 나타낸 이미지

연구팀은 이 과정의 핵심 분자로 시냅스 접착단백질 'LRRTM3'를 지목했다. TRN에 특이적으로 많이 분포하는 LRRTM3는 신경세포 간 연결을 정교하게 조절해 뇌가 성인용 고해상도 감각 인지 모드로 전환하도록 돕는다. 실제로 TRN에서 LRRTM3 유전자를 제거한 생쥐에서는 성인기에 나타나야 할 회로의 정교화가 충분히 일어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미세한 촉감을 구별하는 능력이 현저히 저하되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감각 인지 장애를 개인의 성향이나 행동 문제로만 보지 않고, 성인기 성숙·조절 메커니즘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과학적 기반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또 성인기 뇌 가소성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향후 감각 인지 기능 회복을 겨냥한 치료 표적 발굴, 회로 기반 신경조절 전략, 디지털 치료 및 재활 기술 개발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DGIST 고재원 교수팀과 연세대 정은지 교수팀이 각자의 전문성을 결합해 이뤄낸 학제 간 공동연구 성과다. 이동수 박사(연세대)와 한경아 충남대학교 교수(전 DGIST 뇌과학과 연구교수)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해 연구를 주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주관 리더연구사업,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중견연구사업, 세종펠로우십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세계적 권위의 뇌과학 전문학술지 '뉴런(Neuron)'에 온라인 게재됐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