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이란의 석유·에너지 시설에 대한 추가 공격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걸프 지역 에너지 위기가 촉발되고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10일(현지시간) 채널 12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 같은 메시지를 이스라엘 정부 수뇌부와 에얄 자미르에게 전달했다.
방송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3명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내부의 정권 결집 가능성 △전쟁 이후 이란과의 에너지 협력 구상 △걸프 지역 에너지 인프라 공격으로 이어질 경우 발생할 글로벌 경제 위기 등을 이유로 이 같은 요청을 했다고 전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를 공격할 경우 결국 이란 국민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종료 이후 새로운 이란 정부와 석유 분야 협력을 추진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특히 이란이 보복 차원에서 걸프 지역 전반의 석유·에너지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이 경우 글로벌 원유 공급이 크게 흔들리며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에너지 시설 타격을 “이란이 먼저 걸프 지역 석유 시설을 공격할 경우에만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요청은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대이란 군사작전을 시작한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직접 제어하려 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간 전략적 온도 차도 드러났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유가 상승과 국내 여론 악화를 우려해 조기 종전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베냐민 네타냐후는 강경한 국내 여론을 배경으로 장기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란 국영 IRNA는 지난 7일 밤부터 8일 새벽 사이 수도 테헤란 북서부의 샤흐런 석유 저장소와 남부 레이 지역 정유단지 연료 저장고, 서쪽 외곽 카라지의 연료 시설 등이 집중 공습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공격으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하며 유독가스가 분출됐고, 강한 산성을 띤 검은색 '기름비'가 내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예상보다 대규모 공습이 이뤄지자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는 국제유가 상승을 촉발할 수 있다는 불만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