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뉴욕시 의회에서 시간당 최저임금을 30달러(약 4만5000원)로 높이자는 법안이 제출되면서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시의 진보 성향 시의원들은 지난 10일 현재 시간당 17달러(약 2만5000원) 수준인 최저임금을 30달러까지 끌어올리는 내용을 담은 입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기업 규모에 따라 적용 시점을 달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기업은 2030년까지, 직원 500명 미만의 중소기업은 2032년까지 단계적으로 시급 30달러에 도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를 연봉으로 환산하면 약 6만2400달러(약 9300만원) 수준이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뉴욕의 법정 최저임금은 미국의 주와 도시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미국에서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지역은 시간당 21.3달러인 시애틀이다.
높은 생활비로 악명이 높은 뉴욕에서는 저소득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법안에 대한 지지가 나타나고 있다. 진보 성향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EPI)는 뉴욕 광역권에서 1인 가구가 주거비와 식비, 교통비 등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 연간 약 8만3262달러(약 1억2400만원)가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야간 근무를 하는 조엘 진은 “현재 시급 26.15달러(약 3만8900원)를 받고 있지만 뉴욕에서 살기에는 빠듯하다”며 “집주인들이 임차인의 소득을 이유로 계약을 거절하는 경우도 있다. 시급 30달러는 최소한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기준”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영업자와 소규모 사업체들은 인건비 상승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치솟은 임대료와 공공요금, 보험료까지 겹쳐 비용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EPI는 법안이 시행될 경우 뉴욕시에서 일하는 임금 노동자 가운데 168만명 이상, 즉 전체의 3분의 1 이상이 임금 인상 혜택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톰 그레치 퀸즈 상공회의소 회장은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브롱크스 상공회의소의 리사 소린 회장도 충분한 경제적 영향 분석 없이 임금을 대폭 올리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안의 향방은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의 판단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선거 당시 물가 부담 완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고, 2030년까지 최저임금을 30달러로 높이는 방안에 지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뉴욕에서는 법정 최저임금을 정할 권한이 주 정부에 있다는 점에서 시의회가 독자적으로 임금 수준을 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