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석유시설 공습에 유독성 연기로 뒤덮여…“검은 비 쏟아져 호흡 곤란”

14일(현지시간) 이란 보복 공습으로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의 석유 시설에서 화재와 연기 기둥이 솟아오르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이란 보복 공습으로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의 석유 시설에서 화재와 연기 기둥이 솟아오르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시설을 공습하면서 대기 중으로 분출된 유독성 연기가 '검은 비' 형태로 인근 지역에 떨어지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이래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수도 테헤란 북서쪽에 있는 샤흐란 저장소, 남동쪽에 있는 테헤란 정유 공장 등 석유 시설을 대상으로 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공습으로 테헤란 인근 지역은 검은색 유독성 연기로 뒤덮였으며, 검은 비 구름이 화학물질로 가득한 기름 비를 떨어트려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테헤란 주민들은 검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눈에 따가운 통증과, 호흡 곤란 등 여러 증상을 호소했다.

또한 이란이 보복 공격으로 아랍에미리트(UAE)의 원유 수출 거점인 푸자이라 항구를 드론으로 공격하며 '검은 비' 피해가 중동 전역에 확산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 내린 검은 비로 담벼락에 그을음이 남았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 내린 검은 비로 담벼락에 그을음이 남았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대기 중의 그을음, 재, 유독 화학물질이 빗방울과 결합하면 지표면으로 '검은 비'가 떨어지게 된다. 산불이나 화산 폭발, 산업 오염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번처럼 정유 시설이나 유전 화재로도 발생한다.

문제는 석유 시설 화재로 인한 검은 비는 유독 화학물질을 가득 머금었다는 것이다. 카네기 멜런 대학교의 피터 아담스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석유 연소 과정에서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와 같은 화합물뿐 아니라 산성비를 유발하는 이산화황, 질소산화물과 같은 유독 가스도 생성된다”고 설명했다.

정유 시설 공습으로 연료유 속 탄화수소가 불완전 연소하면 미세한 그을음이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이 그을음 입자가 머리카락 굵기의 40분의 1에 불과해, 폐 속으로 침투하거나 혈류로 흘러 들어가 호흡 및 심장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에 포함된 PAHs은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그뿐만 아니라 검은 비는 산성이 매우 강해서 피부에 화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에 접촉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컬럼비아 대학교의 대기 화학 전문가인 V.페이 맥닐 화학 공학 교수는 “이런 현상이 발생하면 심각한 건강 문제가 발생할 것이 자명하다”며 “일반적인 대기오염조차도 건강 문제를 유발한다. 이번 사례는 오염 수준이 훨씬 높기 때문에 건강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연료 탱크가 전소하는 데에는 하루가 채 걸리지 않지만, 25년 전 걸프전 당시 쿠웨이트 사례처럼 유전에 화재가 발생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당시 쿠웨이트 유전 화재는 약 9개월간 이어졌다.

애덤스 교수는 “화재가 빨리 진화되면 화학물질이 바람에 날려 3~7일 안에 대기 중으로 사라질 것”이라며 “더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적어도 대기 중 오염 물질은 사라지겠지만, 앞으로 어떤 공격이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