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업계가 취급 브랜드와 상품 범위를 늘리며 중고 거래(리세일)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물가 시대 소비자 심리 자극과 순환형 소비라는 기업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략이 맞물리며 리세일 시장 규모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패션 플랫폼과 브랜드들이 리세일 서비스 고도화를 실시했다. 고객 유입과 거래 활성화를 노리며 정책을 개편하고, 취급 상품을 대폭 늘렸다.
무신사는 최근 중고 거래 서비스 '무신사 유즈드' 상품 검수 등급을 개편해 상품 범위를 넓혔다. 기존 'V등급'을 폐지하고 'B등급'을 신설했다. B등급은 전반적인 사용감이 뚜렷하고 오염이나 늘어짐, 보풀, 마모 등 사용 흔적이 존재할 수 있지만 상품의 본질적인 기능이나 착용에는 문제가 없는 상품을 의미한다. B부터 S+까지 등급이 올라갈수록 제품 보존 상태가 우수하다.
기존 V등급은 B등급과 사용감은 동일하지만 검수 과정에 빈티지 제품이 가지는 고유 가치인 '희소성'이 반영됐다. 검수 등급이 개편되며 다소 제한적이었던 거래 가능 상품 범위가 늘어나게 됐다. 무신사는 등급 기준을 조정해 다양한 상태의 상품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고, 고객 선택지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패션기업들도 리세일 플랫폼 확장에 나서고 있다. LF가 운영하는 리세일 마켓 '엘리마켓'은 최근 취급 브랜드 범위를 크게 넓혔다. 오픈 초기에는 헤지스와 닥스 등 자사 브랜드 15개에 한정돼 제품을 판매할 수 있었다. 현재는 띠어리, 마쥬, 산드로, 르베이지, 코스, 빈폴, 폴로 랄프로렌, 라코스테 등 다양한 브랜드가 추가되며 취급 브랜드 수가 약 150개 수준으로 늘어났다. 플랫폼 거래 규모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코오롱FnC 역시 지난달 리세일 플랫폼 '오엘오(OLO) 릴레이 마켓'의 매입 대상을 자사 브랜드에서 타사 브랜드까지 160여개로 확대했다. 자사 브랜드 외 아웃도어와 신진 브랜드, 컨템포러리 등 다양한 유형의 브랜드 상품을 확보해 거래 규모를 키우고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지며 판매·구매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안착하는 추세다. 무신사는 이달 초 '무신사 유즈드'를 오프라인에서 처음 공개했다. 나흘간 유즈드 품목만 2300건 이상 판매되며 중고 제품 수요를 확인했다. 엘리마켓 역시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재구매율이 30%대로, 약 3명 중 1명이 서비스를 다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 규모도 지난해 9월 초기 오픈 당시와 비교해 지난달 기준 40배가량 늘었다.
패션회사 관계자는 “리세일은 단순 중고 거래를 넘어 브랜드 제품 순환 소비를 유도하고, 고객 접점을 확대할 수 있는 전략적 채널로 자리 잡고 있다”면서 “특히 고물가 시대에 소비 심리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브랜드와 판매자·구매자 간 선순환 구조가 확립되며 리세일 시장은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