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쿠팡 동일인 '김범석' 지정…대내외 파장 촉각

공정거래위원회가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에서 쿠팡의 동일인을 법인에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으로 전격 변경했다. 지난 2021년 쿠팡이 대기업집단에 처음 진입한 이후 5년간 이어진 '외국인 총수 지정'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쿠팡에 대한 규제 환경이 급변하는 것은 물론 외국계 기업에 대한 규제 기준, 한미 경제관계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동일인 제도의 적용 기준을 '형식'에서 '실질 지배력' 중심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 사례에 관한 기준점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다만, 쿠팡이 행정소송 제기를 예고한 만큼 소송 과정과 결과에 따라 규제 향방이 다시 바뀔 가능성도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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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의장이 부당 이익 법적 책임…쿠팡, 경영 유연성 타격 불가피

공정위가 올해 쿠팡의 동일인을 김범석 의장 개인으로 전환한 결정적 계기는 친족의 '실질적 경영 참여' 여부다. 지난 2024년 5월 개정된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따르면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볼 때와 △국내 계열사 범위가 달라지지 않고 △친족의 출자나 자금대차가 없으며 △친족의 임원 재직 등 경영 참여가 없어 사익편취 우려가 없을 경우 법인을 동일인으로 예외 지정할 수 있다.

공정위는 현장점검 결과 김 의장의 친동생인 김유석 부사장이 쿠팡 내 거의 최상위 등급으로 재직하면서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에 준하는 대우를 받았다고 밝혔다. 연간 보수 역시 등기임원 평균에 이르며 전담 비서까지 배정받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주요 사업에 관해서 구체적인 업무집행 방향에도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사실관계를 확인했다고 했다.

앞서 쿠팡 측은 김 부사장이 국내 계열사 지분이 전혀 없고 공정거래법상 등기 임원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그가 쿠팡Inc 소속으로 글로벌 물류 효율 개선 업무를 맡고 있을 뿐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직함의 형태와 무관하게 실질적인 사업 지휘와 영향력 행사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실질적인 경영 지배력을 행사하는 인물과 대기업집단 시책 적용의 최종 책임자를 일치화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번 자연인 지정에 따라 쿠팡이 직면할 규제 환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은 공시 의무의 대폭적인 확대와 사익편취 규제의 본격화다. 기존 법인 동일인 체제에서는 쿠팡 법인 중심의 국내 계열사 간 내부 거래에 대해서만 공시 의무를 지면 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김범석 의장 본인은 물론, 4촌 이내 혈족과 3촌 이내 인척 등 특수관계인의 주식 보유 현황과 거래 내역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만약 특수관계인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가 새로 설립되거나 기존 계열사와 거래를 할 경우, 즉각적인 감시망에 오르게 된다. 부당한 이익 제공 행위가 적발되면 동일인인 김 의장이 직접적인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쿠팡은 이 같은 규제 전환이 기업의 지배구조 실태를 외면한 과도한 처사라고 항변한다. 쿠팡에 따르면 미국 상장사인 쿠팡Inc가 한국 법인을 전량 보유하고, 해당 한국 법인이 다시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100% 소유하는 수직적 구조다.

아울러 쿠팡은 이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엄격한 공시 의무와 규정을 철저히 이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대기업집단 규제까지 적용받는 것은 이중 규제라고 주장한다.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쿠팡 동일인 지정은 시행지침과 우리 법에 따른 판단”이라면서 “미국 증권거래소 공시 규정은 투자자보호가 목적이지만, 우리는 경쟁 규제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김범석 의장과 친족은 한국 계열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사익편취 우려가 전혀 없다”면서 “향후 행정소송을 통해 성실히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범석 '동일인 지정', 한미 통상 변수 되나

그동안 미국 정치권은 한국 정부의 플랫폼 규제 움직임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특히 쿠팡 사례는 단순한 기업 규제를 넘어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됐다.

쿠팡은 동일인 자연인 지정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혜국 대우 원칙과 충돌할 수 있고, 미국 상장사로서 이미 SEC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중 규제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공정위는 SEC 공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것이고 공정거래법은 경쟁 질서 유지를 위한 것으로 규제 목적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동일한 사안에 대한 중복 규제가 아니라는 논리다.

핵심 쟁점은 '차별성' 여부다. 공정위는 동일인 지정이 국적과 무관하게 법령상 요건에 따라 판단된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에 외국계 기업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규제 부담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경우 이를 차별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변수는 글로벌 투자 환경이다. 쿠팡은 미국의 대한국 직접투자에서 중요한 사례로 평가되는 기업이다. 이러한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는 외국 투자자들에게 규제 예측 가능성에 대한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동일인 판단 기준이 실질 영향력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향후 유사한 지배구조를 가진 글로벌 기업들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다.

핵추진잠수함,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연료봉 재처리 등 원자력 협력에 대한 한미 협상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것도 부담이다. 현재 대미 투자와 미국이 문제 삼은 비관세 장벽에 대한 통상 당국 간 협의는 미국이 큰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수준에서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쿠팡 문제가 외교·안보 측면에서 발목을 잡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8일 정례브리핑에서 “쿠팡 이슈가 한미 간 안보 논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