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금융권 AI 패권 경쟁…'AI 은행' 전환 속도전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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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인공지능(AI) 경쟁이 챗봇과 업무 자동화 수준을 넘어 실제 금융 업무를 수행하는 단계로 확산하고 있다. 여신 심사와 자산관리(WM), 고객상담, 내부통제까지 생성형 AI 기반 '에이전트'가 투입되면서 은행 운영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

[이슈플러스] 금융권 AI 패권 경쟁…'AI 은행' 전환 속도전

◇AI, 실무 개입

그동안 금융권 AI는 챗봇이나 문서 자동화 등 보조 기능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다르다. AI가 실무 프로세스에 직접 개입해 판단과 실행을 수행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우리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전사 AI 에이전트 175개 도입에 착수했다. 기업여신, 자산관리(WM), 내부통제, 고객상담 등 핵심 업무 전반에 AI를 투입한다. 단순한 지원 도구가 아니라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엔터프라이즈 AI' 구조다. 우리은행은 도입 완료 시 업무 처리 속도가 30% 이상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신심사에도 AI가 적용된다. 신한은행은 기업 분석과 의견서 작성을 자동화하는 여신심사지원 에이전트를 도입했고, 하나은행은 심사의견 작성 시간을 30분에서 10초로 단축했다. 은행 핵심 기능인 '신용 판단' 영역까지 AI가 개입하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전에는 AI가 정보를 정리해주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실제 결정을 돕거나 일부는 대체하는 단계”라며 “업무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AI, 거버넌스도 좌우

AI 적용 범위는 개별 서비스를 넘어 전사 운영체계까지 확대하고 있다.

JB금융은 계열사 전체를 묶는 AI 에이전트 플랫폼 구축에 착수했다. 분산된 AI 도입을 하나의 실행 환경으로 통합해 그룹 차원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제주은행 역시 생성형 AI 플랫폼을 구축해 직원이 직접 AI 에이전트를 개발·활용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KB금융은 개발 영역에서 AI를 전면 도입했다. 오픈소스 기반 코드 에이전트를 내부에 구축해 개발 프로세스를 자동화했다. 단순한 도입이 아니라 'AI 기반 개발 체계'를 만든 사례다.

이 같은 흐름은 조직 구조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AI를 '지원 기능'이 아닌 '업무 실행 주체'로 재정의하고 조직 구조를 재설계하고 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이 이제는 AI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조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금융 비서'로

금융권 간에 AI 경쟁은 고객 접점으로 확산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생성형 AI 기반 상담 에이전트를 도입해 고객 의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자연어로 응답하는 상담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기존 챗봇이 정해진 답변을 제공했다면, 이제는 고객 의도를 파악해 맞춤형 답변을 제시하는 '금융 비서' 단계로 진화하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AI 연금투자 솔루션, 생성형 AI 재무 상담 등을 통해 자산관리 영역까지 AI를 확대 적용했다. 신한은행은 AI 음성봇을 활용해 고객 요청을 선제적으로 처리하는 서비스까지 도입했다.

과거에는 고객이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찾아야 했다면, 이제는 AI가 고객 상황에 맞춰 먼저 추천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 주도권 싸움 격화

금융권에서는 과거 모바일 앱 경쟁이 채널 확보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조직과 데이터, 전산 인프라까지 AI 중심으로 다시 설계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결국 데이터와 AI 인프라를 먼저 확보한 금융사가 장기적으로 고객 접점과 업무 효율, 비용 구조까지 장악하며 경쟁 우위에 오를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AI 도입이 확대될수록 은행 간 생산성과 비용 효율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실제 상담과 심사, 보고서 작성 등 기존 인력이 수행하던 업무 상당 부분은 AI 기반 자동화 체계로 이동하고 있다.

다만 위험도 적지 않다. AI 판단 오류와 환각(할루시네이션), 개인정보 보호, 내부통제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꼽힌다. 특히 금융 업무 특성상 AI 오작동이 금융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안정성과 검증 체계 확보가 필수라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AI 경쟁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은행별 투자 속도와 내재화 수준 차이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며 “향후 은행 경쟁력은 결국 얼마나 빨리 AI 중심 운영체계로 전환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