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혜영이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공식 프로그램에 참여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깊이 있는 낭독과 절제된 표현력으로 현지 관객에게 진한 여운을 남기며 한국 배우의 저력을 다시 한번 증명한 것.
이혜영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의 상징적인 공간인 교황청 명예극장에서 열린 낭독 공연 '새'에 출연했다. 이번 공연은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아 한국어가 공식 초청 언어로 선정된 가운데 진행된 공식 프로그램으로,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바탕으로 프랑스 연출가가 무대화한 작품이다.

이혜영은 소설 속 인선 역을 맡아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호흡을 맞췄다. 이혜영은 한국어로, 이자벨 위페르는 프랑스어로 각자의 독백과 대사를 풀어내며 언어를 넘어선 감정의 흐름을 완성했다. 절제된 호흡 속에서도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이혜영의 낭독은 공연의 중심을 견고하게 잡아주며 작품이 지닌 메시지를 더욱 깊게 전달했다.
공연 말미에는 한강 작가가 직접 무대에 올라 제주 4·3사건과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을 다룬 소설 후반부를 낭독해 공연의 의미를 확장했다. 현지 관객들은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처음 접했다는 반응과 함께 배우들의 연기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특히 이혜영의 깊이 있는 낭독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혜영은 지난해 영화와 연극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영화 '파과'로 제12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과 서울국제영화대상 2025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연극 '헤다 가블러'로 제4회 AoA 인터내셔널 어워즈 무대영상 융합콘텐츠 부문 아티스트 에이스상을 받으며 스크린과 무대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이금준 기자 (auru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