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추적자 설록' 안현정 "조선통신사는 K-컬쳐의 역사적 전조"

'시간추적자 설록' 안현정 "조선통신사는 K-컬쳐의 역사적 전조"

"호위 인력만 800명에 이르고, 행렬을 보기 위해 바다에 배를 띄웠으며, 조선 사행원의 글씨와 그림을 얻으려는 열기까지 이어졌습니다. 400여 년 전 조선통신사는 외교 사절을 넘어 동아시아를 움직인 문화적 스타였습니다."

안현정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학예실장 겸 미술평론가가 7월 28일 밤 10시 30분 방송한 K-STAR '시간추적자 설록' 시즌2 제3회 '원조 글로벌 한류 스타, 조선통신사' 편에 출연해 조선통신사를 'K-컬쳐, 한류의 역사적 전조'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했다.



'시간추적자 설록'은 누적 1700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감독 장항준이 역사적 기록과 이미지 속 단서를 추적하며 과거의 사건을 입체적으로 풀어내는 역사 예능 프로그램이다. 안현정 실장은 시즌1 '사도세자' 편에 이어 시즌2 '조선통신사' 편에도 연이어 출연하며, 회화와 시각문화 자료를 바탕으로 역사를 읽는 전문 패널로서의 역할을 이어갔다.

이번 방송은 장항준 감독의 유쾌한 진행 아래 배우 봉태규, 아나운서 신아영, 역사 스토리텔러 썬킴이 이야기를 이끌었다. 스페셜 게스트로 FT아일랜드 이홍기와 역사학자 신병주 교수가 함께했으며, 안 실장은 미술사와 예술철학의 관점에서 조선통신사 관련 회화 자료를 분석해 방송의 학술적 깊이를 더했다.

◆ 그림으로 복원한 조선통신사의 문화외교

안 실장은 조선통신사 행렬도와 마상재도, 조선 최고의 화원으로 평가받는 연담 김명국을 비롯한 화원들의 기록화를 면밀히 살피며 그림 속에 남은 외교와 문화 교류의 현장을 해설했다.
특히 행렬의 규모와 인물 배치, 복식, 말의 움직임, 공연 장면, 주변 관람객의 시선까지 세밀하게 분석하며 조선통신사가 단순한 외교 문서의 전달자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 실장은 "조선통신사는 음악과 무용, 회화, 서예, 문학, 학문을 함께 전달한 대규모 문화사절단이었다"며 "오늘날의 한류처럼 특정한 문화와 예술이 국경을 넘어 현지인의 관심과 열광을 끌어낸 역사적 사례로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에서는 조선통신사 행렬을 보기 위해 일본인들이 바다에 배를 띄웠던 장면도 소개됐다. 출연진은 이를 현대적 의미의 '해상 팬미팅'에 빗대어 표현하며 당시 조선통신사가 누렸던 대중적 관심을 실감 있게 전달했다.

행렬도에 등장하는 고난도 마상 퍼포먼스와 각종 공연, 조선 사행원의 글씨와 그림을 얻기 위해 숙소까지 찾아온 일본인들의 일화도 공개됐다. 긴 여정과 외교 업무로 지친 사행원들이 현지인들의 끊임없는 요청에 응해야 했다는 기록은 조선의 예술과 지식에 대한 일본 사회의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

◆ 글씨와 그림을 둘러싼 '조선통신사 굿즈' 열풍

방송은 조선통신사의 인기와 관련해 오늘날의 팬덤 문화와 유사한 현상에도 주목했다. 일본인들은 조선 사행원의 시문과 글씨, 그림을 귀하게 여겼고, 사행원과 교류하거나 작품을 얻는 일을 특별한 문화적 경험으로 받아들였다.

안 실장은 이러한 현상을 단순한 호기심보다 조선의 학문과 예술을 향한 적극적인 문화 수용의 과정으로 해석했다. 특히 김명국을 비롯한 화원들의 작품과 사행 기록은 조선통신사가 외교와 예술, 지식과 대중문화가 교차하는 복합적인 문화 플랫폼이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출연진은 행렬의 중심에서 특별한 관심을 받은 인물과 공연자들의 역할을 살피며 이른바 '조선통신사 센터'의 정체를 추적했다. 아이돌 그룹의 중심 멤버를 연상시킬 만큼 현지의 시선을 집중시킨 인물과 공연이 등장하자, 출연진들은 400여 년 전 이미 형성된 한류형 팬덤의 모습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 "그림은 당시 사람들의 시선까지 기록한다."

안 실장은 방송에서 시각자료가 역사 연구에서 지닌 중요성도 강조했다.

"역사는 글로만 남지 않습니다. 한 장의 그림 속 인물의 표정과 시선, 행렬의 구성, 몸짓과 복식에도 당시의 사회와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림은 사건의 외형뿐 아니라 그 장면을 바라본 사람들의 감정과 태도까지 기록합니다."

이어 "조선통신사가 오간 길은 조선과 일본을 연결한 외교의 통로이자, 조선의 예술과 지식이 국경을 넘어 확산된 문화 교류의 무대였다"며 "조선통신사를 한류의 직접적인 기원으로 단순화하기보다, 오늘날 K-컬처로 이어지는 문화적 영향력과 상호 교류의 역사적 전조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해석은 조선통신사를 정치·외교사의 영역에만 한정하지 않고 미술사, 공연사, 대중문화사, 국제문화교류사의 관점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특히 회화 자료에 남은 구체적인 장면을 통해 조선통신사의 문화적 위상과 현지 수용 양상을 복원하며 예능적 흥미와 전문적인 분석을 함께 제시했다.

◆ 시즌1 '사도세자'에 이어 시즌2 연속 출연

안현정 실장은 앞서 '시간추적자 설록' 시즌1 '사도세자' 편에 출연해 궁중회화와 왕실 기록을 바탕으로 사도세자의 삶과 당대 정치·문화적 배경을 분석한 바 있다. 이번 시즌2에서는 조선통신사 회화와 김명국 등 화원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문화외교의 역사를 해설하며 프로그램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1700만 흥행감독 장항준의 대중적인 스토리텔링과 안 실장의 미술사적 분석이 결합하면서, 그림을 통해 역사적 사건의 이면을 읽는 '시간추적자 설록' 특유의 구성도 한층 선명하게 드러났다.

안현정 실장은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미술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동양철학과에서 예술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곡미술관과 국립민속박물관 등을 거쳐 현재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학예실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1급 정학예사이자 미술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건국대학교와 서울예술대학교 등에서 미술사와 예술경영을 강의하며 전통문화와 동시대 미술을 연결하는 연구와 비평을 지속하고 있다.

이금준 기자 (auru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