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한 신경외과 의사가 챗GPT를 활용해 수십 년간 답을 찾지 못했던 수학 문제에 해법을 제시하면서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14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베이징협화병원에서 박사후 연구원 겸 신경외과 의사로 일하는 진산무가 '크루제 추측'을 풀었다고 보도했다. 이 문제는 제기된 지 20여 년이 지난 수학계의 대표적인 미해결 과제 중 하나였다.
진산무가 처음부터 수학 연구를 해온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는 지질학을 전공했으며 이후 의학으로 진로를 전환했다. 뇌 초음파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수학적 문제에 부딪히면서 관련 분야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고, 정규 수학 교육을 거의 받지 않은 상태에서 상당 부분을 독학으로 익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문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이용한 것은 오픈AI의 추론형 인공지능 모델 'GPT-5.6-Sol'이었다. 진산무는 챗GPT 워크 플랫폼에서 해당 AI를 약 16시간 가동하며 여러 가능성을 검토했고, 이 과정에서 증명을 완성할 수 있는 단서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크루제 추측은 프랑스 수학자 미셸 크루제가 2004년 제안했다. 행렬에 특정 함수를 적용했을 때 산출되는 값이 일정한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지를 다루는 문제로, 수치 선형대수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난제로 남아 있었다.
이번 사실은 미국 코넬대 수학자 알렉스 타운젠드와 워싱턴대 교수 앤 그린바움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통해 외부에 알려졌다. 타운젠드는 1년 이상 GPT 계열 모델에 크루제 추측의 해결을 시도하도록 했는데, 지난달 30일 AI가 인터넷에 올라와 있던 진산무의 논문을 찾아내면서 새로운 국면이 시작됐다.
이후 타운젠드와 그린바움은 물론 크루제 본인도 논문의 내용을 살펴봤다. 이들은 검토 끝에 제시된 증명이 타당하다는 판단을 함께 내렸다. 다만 현재 해당 연구 결과는 학술지의 공식 동료심사를 통과한 상태는 아니다.
진산무의 사례가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그의 전공 배경에도 있다. 그는 수학을 전공한 학자가 아닌 데다 지질학에서 의학으로 분야를 바꾼 뒤 수학을 독학으로 익혔다. 대학 수준의 기초적인 수학 교육을 받은 것이 사실상 전문적인 수학 훈련의 전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이번 사례를 AI가 단순히 계산을 수행하는 기계를 넘어 연구자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도구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AI를 이용한 수학 연구 성과는 최근 잇따르고 있다. 오픈AI는 자사 AI가 약 80년 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수학 문제를 풀었다고 발표했으며, 앤트로픽 역시 자사의 클로드가 리만 가설과 연관된 연구에서 기존에 예상하지 못했던 진전을 이뤘다고 공개한 바 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