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전 11시, KB손해보험 생성형 인공지능(AI) 교육 '런치 & 런(Lunch & Learn)'이 시작되자 참석자들은 노트북을 열고 곧바로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 실습에 들어갔다. 강사의 설명을 듣는 시간보다 직원들이 직접 AI에 질문을 입력하고 결과를 비교해 보는 시간이 더 길었다. 일반적인 AI 교육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KB손해보험 '런치 & 런'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진행되는 임직원 AI 교육프로그램으로 올해 4월 도입됐다. 생성형 AI 기본 개념과 기능을 익히는 초급 과정으로 출발해 6월부터는 실제 업무 적용에 초점을 둔 중급 과정으로 확대했다. 현재까지 초급 과정은 5차례, 중급 과정은 각 부문·본부를 대상으로 9차례 진행됐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보험은 IT기술과 거리가 먼 산업이었다. 사람(人)과 종이(紙)로 대다수 업무가 진행돼 대표적인 인지산업으로 여겨졌다. AI 활용이 일상화되면서 보험산업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데이터와 통계를 바탕으로 미래 보험료와 손해율을 예측해야 하는 보험에서 AI가 활약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고 보고 있다.
KB손해보험 교육 초점도 AI 기능 자체가 아닌 '업무 적용'에 맞춰져 있다. 시장조사, 데이터 분석, 보고서 작성 등 직원들이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를 AI와 함께 처리하는 식이다. 직원들은 시장을 조사하는 리서처, 데이터를 분석하는 분석가,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는 역할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어보며 생성형 AI를 업무 파트너로 활용하는 방법을 익혔다.
같은 AI를 사용하더라도 질문 방식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졌다. 단순히 '보고서를 작성해 줘'라고 입력하는 것과 업무 목적, 대상, 활용할 데이터, 원하는 결과물의 형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결과의 완성도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이날 교육에서도 AI에게 무엇을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가 반복해서 강조됐다.

교육 방식도 다양화되고 있다. KB손보는 임원 대상 교육과 직원들이 직접 AI 에이전트를 설계하는 과정, 모바일 AI 교육 등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 4~8월 대면 AI 교육에 참여한 임직원은 누적 340여명, M365 코파일럿 활용법 온라인 교육에는 1100여명이 참여했다. 소수 전문가만 AI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임직원 전반으로 활용 경험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KB손보는 AX가 특정 부서나 일부 전문가에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보고, 교육 이후 확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직원들이 업무에서 AI를 활용한 우수 사례와 노하우를 웹진, 카드뉴스, 가이드 형태로 공유해 다른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적용하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교육→실습→공유→확산'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AI 활용을 조직의 일상과 업무에 내재화할 방침이다.
생성형 AI 경쟁이 단순 도입 여부를 넘어 실제 활용 수준으로 옮겨가는 가운데, KB손해보험은 기술보다 사람에 무게를 두고 있다. AI 교육이 직원들의 반복 업무를 줄이고 판단과 고객가치 창출에 더 많은 시간을 쓰도록 하는 변화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교육에 참여한 KB손해보험 관계자는 “교육을 듣고 나니 AI를 단순히 정보를 찾는 도구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파트너로 보게 됐다”며 “업무에 자연스럽게 활용하게 되면서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