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두 달 기자간담회···“신속관리추진단으로 재개발·재건축 속도”
서울숲 일대 2000~3000석 공연장 구상···성수 K컬처 경쟁력 강화
의료·주거·문화 결합한 '성동형 공공 시니어주택' 모델 검토

유보화 성동구청장이 성수동에 집중된 성장 동력을 왕십리와 마장·사근·행당·금호동 등 성동구 전역으로 확산하겠다는 민선 9기 구정 구상을 밝혔다. 재개발·재건축 등 주거환경 개선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왕십리를 서울 동북권의 교통·문화·비즈니스 중심지로 육성하고, 성수동에는 K컬처 인프라를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고령화에 대응해 의료·돌봄·주거·문화가 결합된 '성동형 공공 시니어주택' 모델도 검토한다. 청년주택 중심의 기존 공공주택 정책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고령자가 살던 지역을 떠나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주거복지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유 청장은 1일 성동구청에서 열린 취임 두 달 기자간담회에서 “성수동이 서울을 대표하는 지역으로 성장했지만 이제는 그 성장의 기운이 성동구 전역으로 퍼져나가야 한다”며 “주거환경 개선과 지역별 거점 개발을 통해 성동 전체의 도시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겠다”고 말했다.
유 청장은 서울시에서 약 30년간 공직생활을 한 뒤 2021년부터 4년간 성동구 부구청장을 지냈다.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과 호흡을 맞추며 주요 정책을 추진한 만큼 기존 성동구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현장 중심의 행정과 실행 속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선출직 구청장이 되고 나니 행정가일 때와는 책임의 무게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며 “구청장은 주민의 대표인 만큼 모든 정책을 주민 입장에서 더욱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1호 결재 '신속관리추진단'···재개발·재건축 속도 높인다
유 청장이 취임 후 1호 결재한 정책은 '신속관리추진단'이다. 성수동의 발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주거환경 개선이 더딘 사근·마장·용답·금호·행당동 등의 정비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한 조직이다.
성동구에는 성수전략정비구역을 비롯해 행당·금호·마장·사근동 등 재개발·재건축 수요가 높은 지역이 산재해 있다.
유 청장은 “성수동이 발전했다는 것은 주민들도 체감하지만 그 성장의 효과가 주변으로 충분히 확산되지 못했다”며 “성동구 곳곳에는 여전히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한 지역이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시가 가진 소규모 정비사업 권한 일부를 자치구로 이양할 경우 사업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청장은 “현재도 재개발 업무 상당 부분을 자치구가 담당하고 있고 자치구가 현장 여건을 가장 잘 알고 있다”며 “500세대 미만 정비사업의 지정·심의 권한 등이 구청장에게 이양되면 서울시와 자치구를 오가는 행정 절차를 줄여 정비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등 큰 틀과 가이드라인을 지키면서 자치구가 현장 상황에 맞게 판단한다면 난개발 우려 없이 사업을 훨씬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왕십리가 성동의 중심”···글로벌 비즈니스 거점으로
유 청장이 성수동에 이어 성동구의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꼽은 곳은 왕십리다. 왕십리는 기존 지하철 노선에 GTX-C와 동북선 등 광역·도시철도망이 더해지는 서울의 대표적인 교통 요충지다. 성동구청과 경찰서, 교육지원청 등 공공기관이 위치한 지역의 토지 이용 효율을 높이고 상업·문화·업무 기능을 대폭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유 청장은 “성동구는 서울 도시계획상 7대 광역중심 가운데 하나이고 왕십리는 실질적인 성동의 중심”이라며 “교통 측면에서도 여러 철도 노선이 교차하는 핵심 지역인 만큼 현재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토지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공공청사 기능을 재배치하고 확보된 공간에 문화와 상업, 비즈니스 기능을 결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왕십리 개발은 성수동과 삼표레미콘 부지, 마장축산물시장, 마장동 한전부지 등을 연결하는 성동구의 새로운 경제축 구상과도 맞물린다.
유 청장은 “성수동의 성장 동력이 삼표 부지와 왕십리, 마장동까지 연결되고 장기적으로 동북선을 따라 서울 동북권으로 확장될 수 있다”며 “왕십리를 성동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기본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숲에 2000~3000석 공연장···성수 K컬처 경쟁력 키운다
이미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글로벌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성수동은 문화·콘텐츠 산업 기능을 한층 강화한다.
유 청장은 성수동 성장의 배경으로 도시재생과 지식산업센터 개발, 젊은 인구 유입에 따른 게임·웹툰·패션·디자인·푸드 등 다양한 산업과 문화의 융합을 꼽았다.
이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로 서울숲 일대 대규모 복합공연장 건립 필요성을 제시했다.
유 청장은 “젊은 층을 대상으로 의견을 조사했을 때 2000~3000석 규모 공연장이 필요하다는 수요가 상당했다”며 “서울숲 일대에 복합공연장을 조성해 공연뿐 아니라 외국 관광객이 K컬처를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시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성수동 일대 산업진흥지구 확대와 연계해 문화·패션·디자인·IT 등 관련 산업 집적도 강화한다. 이를 통해 성수동을 단순한 상권이나 관광지가 아니라 문화와 산업이 공존하는 글로벌 콘텐츠 산업 거점으로 고도화한다는 목표다. 성수동의 고질적인 주차 문제에 대해서도 민간 주차장 공유를 확대한다.
유 청장은 “새로운 공영주차장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지식산업센터와 종교시설, 민간 건축물 등의 주차 공간을 저녁과 주말에 공유하는 방안을 지속 확대할 것”이라며 “방문객들이 이용 가능한 주차장을 쉽게 찾도록 안내하는 시스템도 다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교육지원센터 설립···“교육 문제 컨트롤타워 필요”
교육 경쟁력 강화도 민선 9기의 주요 과제다. 유 청장은 성동구가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비교적 좋은 교육 여건을 갖추고 있지만 중·고교 단계로 올라가면서 학교 선택과 학생 수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고교학점제 시행 등 교육환경 변화에 맞춰 성동구 차원의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청장은 “교육 문제를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교육지원센터를 조기에 만들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고 싶다”며 “학교와 교육 당국, 지역사회가 함께 성동의 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주거·문화 결합 '성동형 공공 시니어주택' 추진 검토
유 청장이 새로운 대표 정책으로 검토하는 분야 가운데 하나는 고령자를 위한 '성동형 공공 시니어주택'이다.
성동구는 보건복지부 통합돌봄 시범사업 등을 통해 의료와 돌봄을 연계해왔다. 유 청장은 앞으로 지역 의료기관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이를 주거정책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청장은 “누구나 자신이 살던 지역에서 보호받으며 마지막까지 생활하기를 원한다”며 “통합돌봄에서 특히 중요한 것이 의료이고 지역 의료진과의 연계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고급 실버타운이나 요양시설과 다른 보편적 공공 시니어주택 모델을 제시했다.
고령자에게 적합한 소형 주거공간을 확보하고 건물 안에 병·의원과 한의원, 물리치료·재활시설, 운동시설, 공동식당, 문화공간 등을 집적하는 형태다. 대규모 부지를 확보하는 전통적인 실버타운 대신 도심 주상복합 형태의 '수직형 시니어타운'을 조성하는 방안이다.
유 청장은 “청년주택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어르신을 위한 주거 모델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고급 실버타운이 아니라 일반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고 의료와 생활, 문화가 한 공간에서 연결되는 모델을 연구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성동구는 현재 관련 전문가 의견 수렴과 정책 연구를 준비하고 있으며 향후 민간 개발과 도시계획을 연계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에이지테크(AgeTech)를 접목할 경우 성동형 통합돌봄과 공공 시니어주택을 전국 기초자치단체가 참고할 수 있는 모델로 발전시킬 가능성도 있다.

“유보화에게 말하면 빨리 답이 온다는 행정 만들겠다”
유 청장은 자신의 구정 철학을 '기본이 강한 관리행정'으로 설명했다. 거대한 프로젝트 못지않게 안전과 청소, 보행환경, 민원처리 등 주민들이 매일 체감하는 생활행정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기초자치단체장의 핵심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유 청장은 “도시에는 창의적인 정책과 미래 비전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관리가 잘돼야 한다”며 “주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안전, 깨끗한 거리, 불편사항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원이 들어오면 가능한 것은 빨리 처리하고, 안 되는 것은 왜 안 되는지 바로 설명하는 행정을 하겠다”며 “주민들이 '유보화에게 이야기하면 그래도 빨리 답이 온다'고 느끼도록 기본 행정을 더욱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말했다.
현장 행정도 강화한다. 유 청장은 “문자나 보고서로 민원을 접할 때와 현장에 직접 가서 보는 것은 전혀 다르다”며 “현장을 봐야 주민들이 왜 보도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지, 왜 특정 시설이 필요한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청장은 서울시와 같은 광역행정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주민의 일상을 챙기는 자리”라며 “현장에서 주민들과 소통하면서 성동구의 변화를 하나씩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