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서 한 70대 노인이 빨랫줄로 사용하기 위해 고층 외벽 작업에 쓰이는 안전 로프를 무단으로 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광둥성 포산의 한 아파트 외벽에서 보수 작업을 하던 A씨는 최근 작업 중 아찔한 상황에 놓였다.
A씨는 30층에서 로프를 이용해 내려온 뒤 2층에 마련된 작업 발판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후 지상으로 이동하기 위해 사용해야 할 로프가 중간에서 끊겨 있는 것을 확인했다.
약 120m에 달하는 로프 가운데 10m가량이 잘려 나간 상태였으며, 끊어진 부분은 작업 발판에 놓여 있었다. 이로 인해 A씨는 예정대로 1층까지 내려갈 수 없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로프를 훼손한 인물은 해당 건물 2층에 거주하는 70대 후반 주민으로 드러났다. 그는 빨래를 걸어둘 줄이 필요해 로프를 잘랐으며, 해당 줄이 외벽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 설치된 장비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상대방의 연령을 감안해 별도의 신고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후 건물 관리 측과 협의해 훼손된 로프의 비용에 해당하는 400위안(약 8만원)을 지급받는 것으로 사건을 끝냈다.

그러나 사건 내용이 알려진 뒤 중국 온라인 공간에서는 비판 여론이 확산했다. 관련 게시물의 누적 조회 수는 6100만회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누리꾼들은 “고령자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 행위가 용납돼서는 안 된다”, “사람이 추락했다면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될 수 있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피해자가 형사 절차를 밟지 않은 데 대해서도 “피해를 입은 사람이 선처하면 결과적으로 책임이 지나치게 가벼워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지 법률 전문가들은 타인의 소유물을 허락 없이 훼손한 만큼 재산권을 침해한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작업자가 이 일로 인해 작업을 중단하면서 경제적 손실까지 입었다면 추가적인 손해배상을 요구할 여지도 있다고 봤다.
다만 이번 사례에서는 훼손된 로프의 금전적 가치가 400위안(약 8만원)에 그쳐 절도죄 성립에 필요한 기준에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중국 형법상 75세 이상 고령 피고인에게 형벌을 감경하거나 가볍게 적용할 수 있는 규정도 있어 형사 처벌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서는 과거에도 외벽 작업에 사용되는 안전 로프가 주민에 의해 훼손돼 사고로 이어진 사례가 있었다. 2017년에는 작업자와 갈등을 빚던 한 주민이 안전 로프를 끊으면서 작업자가 4층 높이에서 추락해 크게 다쳤다. 당시 법원은 해당 주민에게 고의상해죄를 적용해 징역 9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