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걸지 않아도 괜찮다… 스웨덴, ‘내향인 여행’ 띄운다

사진= ‘내향인을 위한 여행사’ 캠페인 영상
사진= ‘내향인을 위한 여행사’ 캠페인 영상

사람들로 북적이는 관광지와 빼곡한 일정에 지친 여행객을 겨냥해 스웨덴이 색다른 관광 마케팅에 나섰다. 낯선 사람과 꼭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되고, 혼자 자연을 걷거나 카페에 앉아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스웨덴의 문화를 하나의 여행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스웨덴관광청은 개인 공간과 조용한 여행을 선호하는 여행객을 겨냥한 글로벌 캠페인 '내향인을 위한 여행사(The Introvert Travel Agency)'를 선보였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캠페인의 배경에는 여행객의 성향 변화가 있다. 스웨덴관광청이 유고브(YouGov)에 의뢰해 덴마크와 핀란드,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영국, 미국 등 9개국 성인 9212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1%가 자신을 내향적인 성향이라고 답했다. 내향성과 외향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응답은 45%, 외향적이라는 응답은 14%였다.

여행에서도 혼자만의 공간에 대한 수요가 확인됐다. 전체 응답자의 67%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 의무가 아니라 선택으로 느껴지는 여행지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는 여행을 다녀온 뒤 다시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스웨덴관광청은 이런 여행 방식이 현지의 문화적 특성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한다.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혼자 보내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 여행객도 자신의 속도에 맞춰 일정을 구성하기 쉽다는 것이다.

마티아스 룬드베리 우메오대학교 심리학 부교수는 “내향인에게 재충전은 단순히 혼자 있는 것보다 언제, 어떻게 다른 사람과 교류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데 의미가 있다”며 “사회적 압박이 적고 개인 공간이 충분한 환경은 에너지를 유지하고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의 넓은 자연환경도 캠페인의 주요 배경이다. 스웨덴에는 자연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자연향유권(Allemansrätten)'이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여행객은 일정한 책임과 규칙을 지키는 범위에서 숲을 걷거나 베리와 버섯 등을 채집하고 자연 속에서 야영할 수 있다. 다만 주택 주변이나 경작지에서는 사생활과 토지 이용을 침해하지 않아야 하며, 텐트 야영 역시 일반적으로 한 장소에서 1~2박 정도 머무는 것이 기준이다.

여행객이 정해진 관광지나 프로그램을 따라가기보다 숲과 호수, 해안 등을 자신의 속도로 둘러볼 수 있다는 점에서 스웨덴의 자연환경은 이번 '내향인 여행' 콘셉트와도 연결된다.

한국 여행시장에서도 혼자 자신의 속도에 맞춰 여행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아고다가 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혼자 여행 관련 숙박 검색 관심은 전년보다 9% 증가했으며, '2026 트래블 아웃룩' 조사에서도 한국 응답자 약 4명 중 1명이 올해 혼자 여행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내향인을 위한 여행사'는 단순한 홍보 영상에 그치지 않는다. 스웨덴관광청은 온라인에서 여행객의 성향에 맞는 스웨덴 지역과 여행 경험을 추천하고, 외부 여행사를 통해 예약할 수 있는 여행상품도 연결한다.

오는 10월에는 베를린과 파리, 런던에서 실제 팝업 형태의 '내향인을 위한 여행사'도 운영한다. 상담 공간 역시 대화를 최소화하고 개인 공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구성해 캠페인 콘셉트를 오프라인에서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캠페인 영상에서는 버스 좌석에 사람들이 서로 거리를 두고 앉거나 불필요한 대화를 하지 않는 모습 등을 익살스럽게 표현한다. 일반적으로 여행 캠페인이 사람들과의 만남과 활발한 체험을 강조하는 것과 반대로 '혼자 있어도 괜찮은 여행'을 관광 콘텐츠로 내세운 셈이다.

수잔네 안데르손 스웨덴관광청 CEO는 “많은 여행객이 언제 다른 사람과 함께하고 언제 혼자 있을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원한다”며 “스웨덴은 자연과 도시, 사회문화 전반에서 이러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여행지”라고 말했다.

최근 여행업계에서는 유명 관광지를 많이 둘러보는 것보다 휴식과 자연, 자신만의 속도를 중시하는 여행 방식이 세분화되고 있다. 스웨덴관광청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그동안 관광 마케팅에서 크게 다뤄지지 않았던 '개인 공간'과 '조용함'을 오히려 여행지의 차별화 요소로 내세웠다.

박병창 기자 (park_lif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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