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한 무명 가수가 홍콩 유명 가수 리해큰의 공연장 도착이 늦어지자 관객 3만명 앞에서 두 시간 동안 무대를 책임져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12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저녁 홍콩과 대만 출신 가수 6명이 참여하는 투어 공연이 중국 북부 내몽골 자치구 바오터우에서 개최됐다. 당초 마지막 순서에 나설 예정이었던 홍콩 가수 리해큰은 이동 중 기상 악화로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탑승한 항공기가 우박 때문에 산시성 타이위안에 비상 착륙하면서 공연 시간에 맞춰 도착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리해큰 일행은 타이위안에서 바오터우까지 약 570㎞를 택시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동 과정에서 전기차의 배터리가 소진되는 예상치 못한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들은 다시 이동할 방법을 마련하느라 상당한 시간을 지체했다.
공연 진행을 맡은 장 감독은 무대 공백을 메울 방안을 찾던 중 지인인 가수 허우랑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리해큰이 도착할 때까지 관객들을 위해 대신 노래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광둥성 출신인 33세 허우는 광둥어 곡을 주로 부르지만, 대중에게는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가수였다.
연락을 받은 당시 허우는 바오터우의 한 식당에서 친구들과 바비큐를 먹고 있었다. 공연 장소에서 1분 거리에 있던 그는 급히 택시를 잡아타고 이동했고, 오후 10시께 평상복 차림으로 무대에 섰다. 사전 연습은 물론 가사를 확인할 프롬프터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30분가량 노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예상보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두 시간 동안 공연을 이어갔다.
자정이 지난 밤 12시 20분경 리해큰이 마침내 공연장에 도착했다. 그는 관객들에게 여러 차례 허리를 숙이며 늦어진 데 대해 사과한 뒤 자신의 대표곡 6곡을 선보였다. 공연을 마친 뒤에는 허우를 10초 넘게 끌어안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허우에게 리해큰은 오랫동안 동경해 온 가수였다. 그는 2010년 선전의 한 공연 업체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무대 설치 작업을 지원하던 시절, 우상이었던 리해큰과 함께 사진을 찍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날 허우의 무대는 관객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공연장을 떠나는 사람이 거의 없었으며, 일부 관객은 오랜 시간 노래하는 그에게 물을 마시며 쉬라고 권하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감동적이었다는 반응과 칭찬이 이어졌다.
공연 이후 허우의 인지도는 빠르게 높아졌다. 불과 2주 만에 그의 소셜미디어 팔로워는 기존 1만명 미만에서 42만명으로 불어났다. 갑작스럽게 관심을 받게 된 그는 자신을 특별한 스타가 아닌 음악을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