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데이터를 연구에 활용하는 데 1년 넘게 걸리는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바이오데이터 활용 및 인공지능바이오 연구개발 촉진에 관한 법률(바이오데이터법)' 입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한국이 세계적인 수준의 방대한 바이오데이터를 보유했지만, 활용·신청과 심의 절차가 까다로워 촌각을 다투는 인공지능(AI) 바이오 연구가 발목을 잡히고 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바이오데이터 활용 촉진 법률 제정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12월 최형두 의원과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대표 발의한 바이오데이터법 제정을 위한 전문가 의견을 청취했다.
바이오데이터법은 생명연구정보, 합성생물학 연구데이터, 보건의료정보를 '바이오데이터'로 규정하고, 이를 통합 관리하는 국가바이오데이터센터가 공익적 연구에 데이터를 개방하는 것이 골자다. 바이오데이터 연구심의위원회 승인을 받으면 기존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데이터심의위원회(DRB) 심의를 거친 것으로 간주하고,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도 가명 바이오데이터를 AI 바이오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특례가 부여된다.

발제를 맡은 남진우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K-문샷 바이오 미션 PD)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치료 표적 발굴과 신약 독성 예측은 환자 데이터와 결합할 때 시간·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료·처방 경과가 담긴 보건의료데이터와 유전체·전사체·단백체 등 인체유래물데이터 활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희귀질환자의 전장유전체분석(WGS) 정보와 임상 이력을 연구에 활용하는 데까지 최대 1년 6개월이 소요된다. 가명정보 IRB 면제 신청과 DRB 심의를 각각 거쳐야 하는데, 각 위원회의 보수적인 기조로 보완 요청·재심의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일주일, 영국은 2개월이면 유전체·임상데이터를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또 미국은 다운로드 방식으로, 영국은 클라우드 환경에서 데이터를 제공하지만, 한국은 인터넷이 차단된 환경에서 활용해야 한다. 바이오데이터법이 신설되면 바이오데이터통합시스템에서 분산됐던 데이터를 한 곳에서 탐색하고, 보건의료데이터와 연구개발(R&D) 데이터를 결합하는 길이 열린다.
남 교수는 “바이오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해 제때 치료법을 개발하지 못하는 것도 국민에겐 비용으로 작용한다”면서 “데이터를 안전과 활용 중 양자택일할 것이 아니라 검증된 환경에서 검증된 사람에게 빠르게 개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용혁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자 진료 과정에서 생기는 민감 정보를 통합 플랫폼에 일괄 집적하는 것의 적절성과 기존 IRB·DRB의 기능 중복성 등을 주요 쟁점으로 꼽았다. 보건복지부 역시 이 점을 들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연구 활성화 측면에서 입법이 필요하고, 복지부와 지속 소통해 연구 현장이 느끼는 '병목'을 해결할 계획이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안전하고 신뢰성 있게 활용하는 것과 연구자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는 두 측면에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바이오데이터법으로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바이오 분야 연구가 더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