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픈AI의 출입 제한 회의실에 도청 장치를 설치한 혐의로 체포된 전직 직원이 사우디아라비아 왕족으로부터 자국 인공지능(AI)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검찰은 국가안보 위협 가능성을 제기했으며, 법원은 도주 우려를 이유로 보석 없는 구금을 결정했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연방검찰은 오픈AI 전 직원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적 압둘라흐만 알포잔은 지난해부터 올해 10월까지 사우디 왕족과 왓츠앱으로 수시로 연락하며 현지 취업 기회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해당 왕족은 사우디 내 새로운 AI 프로젝트에 알포잔의 합류를 제안했다. 그는 “사우디는 미국보다 당신을 더 필요로 한다”고 말했고, 알포잔은 “100”이라고 답했다. 왕족은 여러 차례 영입을 시도했지만 알포잔은 보유 지분 권리가 확정될 때까지 이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알포잔은 지난해 7월 오픈AI 제품팀에 입사했다. 당시 기본 연봉은 32만5000달러였으며, 220만달러 규모 이익참여 지분을 부여받았다. 이후 기본 연봉은 38만5000달러로 인상됐다. 체포 당시 지분에 대한 권리가 확정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 연방검찰에 따르면 알포잔은 지난달 엄지손가락 크기의 회로기판과 마이크를 화장지로 감싼 뒤 오픈AI 회의실 벽걸이 TV 뒤에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회의실에서는 장치 설치 혐의 시점 전후로 오픈AI 경영진과 정부 관계자들의 회의가 열렸다.
검찰은 “피고인의 행위가 미국 국가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알포잔은 10월 12일 아내, 생후 3개월 된 아들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에서 이스탄불을 경유해 사우디로 향하는 편도 항공권을 예약했으나 출국 사흘 전 체포됐다. 체포 당일 오픈AI에서도 해고됐다.
체포 직후 아내와 아들은 출국했다. 최초 항공권은 사우디 정부가 부담했으나 항공편이 취소되자 사우디 군 관계자가 카타르행 비즈니스석 편도 항공권을 다시 예약했다. 변호인단은 해당 군 관계자가 알포잔 아내의 인척이며, 체포 과정에서 여러 기기가 압수돼 가족이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알포잔 아내가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가족의 사우디 영구 귀국 계획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비자 만료와 갱신 기간의 불확실성 때문에 편도 항공권을 구매했을 뿐 미국으로 돌아올 계획이었다고 반박했다.
알포잔 측은 그가 영주권자로서 시민권 취득을 몇 주 앞두고 있었으며 미국에 계속 체류할 의사가 있다고 주장했다.
알렉스 체 연방 치안판사는 사우디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이 보석금 전액을 부담하겠다고 밝힌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1000만달러를 책정해도 내겠다는 것인지, 사실상 백지수표처럼 보인다”며 “일단 출국하면 사건은 끝난다”고 판단했다.
미 법원은 결국 알포잔의 도주 위험이 크다고 판단해 재판 전까지 보석 없는 구금을 명령했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