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사회적 경제와 과학기술](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12/11/afda-sd.jpg)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새로운 유형의 조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회적 경제로 이야기되는 조직은 사회 가치 실현을 우선으로 하는 호혜적 경제 조직이다. 이들은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공동체 문제를 해결하고 고용을 창출해 사회 통합과 복지에 기여한다.
최근 사회적 경제 조직은 과학기술에 관심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사회적 경제 조직은 기술혁신에 관심이 없었다. 기술력은 낮고 혁신은 조직 운영의 키워드가 아니었다. 그러나 업력이 쌓이고 사업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게 되면서 기술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경영 효율화를 위한 ICT 활용과 새로운 공정과 제품개발을 검토하는 조직이 등장하고 있다. 보급형 보청기를 개발해 취약계층 난청 문제에 대응하는 딜라이트, 악성댓글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시지온과 같은 소셜 벤처가 등장하면서 사회적 경제의 새로운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과학기술 쪽에서도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이 나타나고 있다. 과학기술과 ICT를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부상하면서 사회적 경제도 새로운 정책영역으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사회적 경제는 기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서비스를 구현할 때 현장에서 활동하는 풀뿌리 조직이다. 사회 문제 해결을 수행하는 혁신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요소다. 이들의 기술 활용·개선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사회문제 해결형 혁신정책 성과를 높이는데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이렇게 사회적 경제와 과학기술 만남이 요구되고 있으나 사회적 경제 조직은 과학기술 시스템에서 벗어난 때가 많다. 거의 연구 부서가 없기 때문에 기술혁신 지원제도의 수혜 대상이 되기 어렵다. 출연연구소나 대학과 같은 지식생산 조직과 상호작용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교류가 없어 상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효과적인 협력방식에 대한 지식도 불충분하다.
사회적 경제와 과학기술의 공진화를 위해서는 양자를 연계하고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과학기술계의 노력이 요청된다. 그동안 축적된 과학기술 지식과 자원을 사회적 경제가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재설계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사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사회적 경제 조직의 문제 해결활동을 학생의 학·석사학위 논문과 연계시키는 사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 기반 혁신활동을 수행하는 것인데 이를 통해 사회적 경제는 과학기술을 활용할 수 있고 학생은 현장의 문제해결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면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낼 수 있다.
과학기술계 협동조합을 통해 사회적 경제에 참여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현재 설립되고 있는 과학기술인 협동조합은 주로 출연연구소 등과 같은 과학기술계와의 사업을 모색하고 있는데 일반 사회적 경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때는 현장 경험이 많은 기술자의 참여가 필수다.
제도 변화도 필요하다. 논문·특허·기술료 중심의 현재 연구개발(R&D) 평가제도에서는 아무리 사회적 의미가 있는 활동이라도 연구 수행과 자원투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사회적 경제를 위한 독립적인 기술지원 제도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영리기업에 대한 지원보다도 공공성이 큰 영역이기 때문이다. 또 사회적 경제는 사회적 자본이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지원성과가 특정 조직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조직으로 폭넓게 확산될 수 있다.
사회적 경제의 지속가능성과 사회문제 해결형 혁신정책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경제와 과학기술이 결합이 필요하다. 이는 혁신정책이 사회와 새로운 계약, 즉 `뉴딜`을 하면서 새롭게 진화하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송위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 songwc@step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