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우주·과학 소비방식에 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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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광 고려대학교 BK21 플러스 휴먼웨어 정보기술사업단 연구교수
<김동광 고려대학교 BK21 플러스 휴먼웨어 정보기술사업단 연구교수>

얼마 전 한 국립과학관에서 회의를 하고 나오다가 교사 인솔을 따라 과학관에 줄지어 들어가는 학생들을 보면서 문득 수십년 전의 풍경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설이야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고, 전시물도 첨단 과학의 내용들로 바뀌었지만, 과학관이 학생들에게 이용되는 방식은 여전히 바뀌지 않은 셈이다. 아마도 어른들은 대부분 과학관이 숙제나 학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데려갈 것이다.

어쩌면 어떤 사람은 손사래를 치면서 학습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과학에 대한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고 답할지도 모른다.

지난해 SF영화 ‘인터스텔라’가 1000만 관중을 넘기며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이유 중 하나도 아이들 손을 잡고 온 학부모 덕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과학이나 SF가 입시나 학습과 연관되는 방식으로만 소비된다면, 과학에 대한 꿈과 희망 역시 아이들에게 또 다른 강요가 되는 것은 아닐까.

오늘날 과학, 특히 우주 과학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은 그리 간단치 않으며, 그것이 소비되는 방식 또한 수상한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미디어 아티스트 송호준씨가 자신의 망원동 지하 작업실에서 순전히 개인의 노력으로 지난 2013년에 가로 세로 10㎝의 초소형 인공위성을 우주에 올려놓았다는 이야기는 이미 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최근 이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망원동 인공위성’이 제작됐다.

이 작품은 송호준씨가 소수의 동료와 개인 지원자들의 도움만 받으면서 인공위성을 제작하는 과정을 솔직하게 그려주며, 행간에서 우리 사회에서 과학기술이 소비되는 방식에 여러 가지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인공위성을 비롯한 우주 과학은 철저히 냉전의 산물이다. 1957년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성공리에 발사했을 때, 전 세계 사람들이 축하해줬지만 미국만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스푸트니크가 ‘삑삑’ 하는 전파 신호를 내면서 미국 상공을 지날 때는 소련이 혹시 인공위성에 핵무기를 실어 미국에 떨어뜨리지나 않을지 많은 미국인들이 두려워했다. 다큐멘터리 ‘스푸트니크 마니아’는 극에 달했던 냉전의 광기가 사람들의 상상력을 지배해서, 어떻게 최초의 인공위성을 적군의 무기로 받아들이게 했는지 잘 보여준다.

이처럼 냉전, 군사기술, 국가적 거대 프로젝트의 상징물로 여겨지는 인공위성을 한 아티스트가 오로지 개인적 관심과 호기심으로 발사하려는 계획은 그 자체로 무척 신선하다. 그리고 그가 인공위성을 직접 설계 제작하고 1억원이 넘는 비싼 우주 택배비를 내고 러시아 로켓에 실어 발사하는 과정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빡빡한 납기에 맞춰 초읽기를 해야 하는 인공위성 설계, 제작, 자금 마련을 위한 티셔츠 제작, 정부의 허가, 보험 등 숱한 난제에 부딪힐 때마다 “도대체 왜 내가 이 짓을 해야 하지?”라고 송호준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는다.

그런데 ‘망원동 인공위성’은 개인이 인공위성을 만들고 발사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잘 보여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역설적이게도 어떻게 큰 난관들이 수월하게 해결됐는지 하는 물음을 내비친다. 사실 개인의 자금과 노력만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작품에서 송호준 자신도 정부의 허가증과 같은 해결하기 어려울 것처럼 보였던 문제들이 의외로 쉽게 풀리는 데 대해 의아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쩌면 아티스트 자신이 가장 경계했던 해석, 그래서 영화 곳곳에서 반어적으로 “나 요즘 인공위성 쏘면서 꿈과 희망을 전파하고 있어”라고 비꼬았던 해석이 이러한 수월함을 낳았을지도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당시 “2020년까지 달에 태극기가 펄럭이게 하겠다”는 대선공약을 하더니, 지난해 말에는 달 탐사 사업에 400억원 쪽지예산을 편성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미래부는 달 탐사 사업의 필요성으로 “국가 위상 제고, 국민 자긍심 고취, 이공계 활성화,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다”고 밝혔다. 쪽지예산으로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애쓰는 대통령과 정부를 위해 우리 국민은 자긍심을 느껴야 하고 청소년들은 꿈과 희망을 가져야만 한다. 이런 맥락에서 ‘망원동 인공위성’마저 엉뚱하게 소비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동광 고려대 연구교수(BK21플러스 휴먼웨어 정보기술사업단) kwahak@emp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