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바이오 연구개발에서 정부의 역할 조정해야

[과학산책]바이오 연구개발에서 정부의 역할 조정해야

최근 코스닥시장의 화두는 바이오헬스케어 업종 부상이다. 그동안 시총 규모를 주도하던 정보기술(IT) 업종의 비중이 감소하고 바이오헬스케어가 증가했다. 현재도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 가운데 제약·바이오 관련 기업 비중은 40%(8개)다. 미래 성장 산업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유의미한 부분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개별 종목이 신약 개발 과정에서 기술 이전 성과와 글로벌 임상시험 승인을 이룬 바이오벤처들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바이오산업이 미래 신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지목하고 지난 20여년 동안 연구개발(R&D)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바이오는 정부가 주도할 수밖에 없는 R&D 대표 분야로, 올해에만 작년 대비 50배 증가한 정부 예산 2조8000억원이 투자되고 있다. 이런 정부의 꾸준한 바이오 R&D 투자로 우리나라 과학기술 역량과 인프라 수준이 외형과 내실 양쪽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 R&D 혁신 방안`을 시작으로 `2017년도 정부 연구개발 투자방향과 기준`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바이오 분야에도 R&D 사업의 효율 추진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그동안 바이오 R&D 투자에 대한 사업 추진 경쟁으로 말미암아 수행 주체 간 유사·중복, 연구단계 단절, 성과연계·활용 미흡 등 비효율성 논란 및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 R&D 사업의 효율 추진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제시된 정부·민간, 산·학·연 간 R&D 역할 분담 측면에서 바이오 분야 역시 정부 지원 전략의 조정이 필요하다. 지난 20여년 동안 전체 바이오 R&D 지원 분야에서 신약 개발이 가장 높은 투자 비중을 차지해 왔다. 정부의 예산 지원은 신약 개발 이전의 R&D 단계(기초부터 임상)에 지속됐다.

그러나 여전히 신약 개발 분야에서 요구되는 것은 파괴성 의료 혁신으로 이어지는 기초원천 기술 개발이다. 그동안의 꾸준한 투자에도 혁신 신약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치 있는 물질과 기술이 부족하다는 점은 이 분야에서 정부 R&D 투자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 정부가 단기 성과를 위해 신약 개발과 같은 바이오 분야 R&D 지원에서 톱다운 방식으로 주도하는 것은 유효한 전략이 아닐 수 있다. 정부 지원으로 나온 기초원천 연구의 성과를 민간이 투자해 후속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시장에서 선택된 기초원천 기술이 실용·사업화로 이어져서 경제성 성과로 창출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는 잠재 수요와 시장 가치가 있는 다양한 연구 성과를 일궈 낼 수 있는 창의의 혁신 기초원천 연구를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지원하는 비중을 늘려 나가야 한다. 이것이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증명되는 우리나라 바이오제약 기업들이 주는 신호가 아닐까 한다.

바이오 분야에서 정부 R&D 역할을 공공성이 높은 분야로 점차 전환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코로나 바이러스 이해 등 기초연구 부족을 지적받았으며, 실제 생명의료 분야의 정부 R&D 예산 가운데 3%만이 감염병 연구에 투자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국가재난형 감염병에 정부의 체계화된 R&D 지원과 범부처 차원의 협력 R&D 추진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다. 바이오 분야의 정부 R&D 투자가 필요한 공공 영역으로는 난치성 희소질환 연구가 있다. 전 세계의 7000여가지 난치성 질환 가운데 치료제가 알려져 있는 것은 5% 미만이라는 보고가 있다. 해외에서 개발된 치료제 값이 너무 높아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우리나라 난치성 환자들은 큰 고통 속에 있다. 미국, 일본 등에서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을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것과 같이 현재 우리나라 바이오 R&D 투자를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과 같은 취약 계층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 영역으로 비중을 높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 R&D 역할 찾기를 통한 예산 지원의 타당성 확보, 바이오 R&D 분야에 대한 민간 투자 활성화 지원, 혁신의 기초원천 독창 기술 확보 등이 앞으로 우리 정부의 바이오 분야 R&D 투자 효율성과 효과성에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김은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생명기초사업실장, ekim@kistep.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