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바이오 연구개발에서 정부의 역할 조정해야](https://img.etnews.com/photonews/1603/781007_20160323162007_361_0001.jpg)
최근 코스닥시장의 화두는 바이오헬스케어 업종 부상이다. 그동안 시총 규모를 주도하던 정보기술(IT) 업종의 비중이 감소하고 바이오헬스케어가 증가했다. 현재도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 가운데 제약·바이오 관련 기업 비중은 40%(8개)다. 미래 성장 산업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유의미한 부분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개별 종목이 신약 개발 과정에서 기술 이전 성과와 글로벌 임상시험 승인을 이룬 바이오벤처들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바이오산업이 미래 신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지목하고 지난 20여년 동안 연구개발(R&D)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바이오는 정부가 주도할 수밖에 없는 R&D 대표 분야로, 올해에만 작년 대비 50배 증가한 정부 예산 2조8000억원이 투자되고 있다. 이런 정부의 꾸준한 바이오 R&D 투자로 우리나라 과학기술 역량과 인프라 수준이 외형과 내실 양쪽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 R&D 혁신 방안`을 시작으로 `2017년도 정부 연구개발 투자방향과 기준`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바이오 분야에도 R&D 사업의 효율 추진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그동안 바이오 R&D 투자에 대한 사업 추진 경쟁으로 말미암아 수행 주체 간 유사·중복, 연구단계 단절, 성과연계·활용 미흡 등 비효율성 논란 및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 R&D 사업의 효율 추진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제시된 정부·민간, 산·학·연 간 R&D 역할 분담 측면에서 바이오 분야 역시 정부 지원 전략의 조정이 필요하다. 지난 20여년 동안 전체 바이오 R&D 지원 분야에서 신약 개발이 가장 높은 투자 비중을 차지해 왔다. 정부의 예산 지원은 신약 개발 이전의 R&D 단계(기초부터 임상)에 지속됐다.
그러나 여전히 신약 개발 분야에서 요구되는 것은 파괴성 의료 혁신으로 이어지는 기초원천 기술 개발이다. 그동안의 꾸준한 투자에도 혁신 신약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치 있는 물질과 기술이 부족하다는 점은 이 분야에서 정부 R&D 투자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 정부가 단기 성과를 위해 신약 개발과 같은 바이오 분야 R&D 지원에서 톱다운 방식으로 주도하는 것은 유효한 전략이 아닐 수 있다. 정부 지원으로 나온 기초원천 연구의 성과를 민간이 투자해 후속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시장에서 선택된 기초원천 기술이 실용·사업화로 이어져서 경제성 성과로 창출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는 잠재 수요와 시장 가치가 있는 다양한 연구 성과를 일궈 낼 수 있는 창의의 혁신 기초원천 연구를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지원하는 비중을 늘려 나가야 한다. 이것이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증명되는 우리나라 바이오제약 기업들이 주는 신호가 아닐까 한다.
바이오 분야에서 정부 R&D 역할을 공공성이 높은 분야로 점차 전환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코로나 바이러스 이해 등 기초연구 부족을 지적받았으며, 실제 생명의료 분야의 정부 R&D 예산 가운데 3%만이 감염병 연구에 투자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국가재난형 감염병에 정부의 체계화된 R&D 지원과 범부처 차원의 협력 R&D 추진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다. 바이오 분야의 정부 R&D 투자가 필요한 공공 영역으로는 난치성 희소질환 연구가 있다. 전 세계의 7000여가지 난치성 질환 가운데 치료제가 알려져 있는 것은 5% 미만이라는 보고가 있다. 해외에서 개발된 치료제 값이 너무 높아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우리나라 난치성 환자들은 큰 고통 속에 있다. 미국, 일본 등에서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을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것과 같이 현재 우리나라 바이오 R&D 투자를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과 같은 취약 계층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 영역으로 비중을 높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 R&D 역할 찾기를 통한 예산 지원의 타당성 확보, 바이오 R&D 분야에 대한 민간 투자 활성화 지원, 혁신의 기초원천 독창 기술 확보 등이 앞으로 우리 정부의 바이오 분야 R&D 투자 효율성과 효과성에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김은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생명기초사업실장, ekim@kistep.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