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한국형 미래전략 기술의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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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산책]한국형 미래전략 기술의 발굴

국가 연구개발(R&D) 정책을 보면 책임을 맡은 사람이나 정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주제를 발굴해 지원하는 형태로 추진된다. 연구 과제의 연속성과 지속성이 부족, 정부 투자에 성과를 극대화하기 어려운 구조다. 또 미래전략 기술 발굴과 기술로드맵 작성 및 R&D 프로젝트 기획은 `전문가`라고 불리는 한정된 풀에 의존해 왔으며, 분야별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회 중심`으로 수행한다. 이 방법은 주로 교수나 행정과 관련된 사람으로 구성됨으로써 참여 전문가들의 관심 사항으로 기획돼 글로벌 기술 경향을 이해하기에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대체로 R&D가 과제를 뒤쫓아 가는 추격 형태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글로벌 추세를 분석하는 `데이터 중심`의 미래전략 기술 선정 시스템으로 전환하면 좀 더 개연성이 있는 미래전략 기술의 예측이 가능해진다. 글로벌 선두 회사 대다수가 자기 나름대로 매년 글로벌 기술전망(GTO)을 작성해서 내부 R&D 로드맵을 업데이트하고 적용한다. 한 예로 IBM은 1982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GTO 작성을 위해 특허 및 기술 데이터, 내부 R&D와 프로젝트 데이터를 활용해 글로벌 트렌드와 주제를 파악한다. 그 후 회사, 전문가, 학계, 사업가와 심지어 일반인까지 참여하는 시스템화된 `글로벌 재밍(Jamming:온·오프라인 브레인스토밍)`을 활용해 기술 방향을 분석·추진한다. 재밍으로 수집된 데이터는 빅데이터 분석으로 `기술전망(GTO)`을 수립하는 데 사용된다. 이를 통해 앞으로 3~10년 동안의 산업 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미래전략 기술을 예측해 `기술로드맵`(KTO)을 만들고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R&D 과제를 체계화해서 지속성 있게 수행하고 있다. 기술 로드맵은 매년 작성해서 기술 추세에 맞게 수정·보완돼야 한다. 특히 ICT 융합 분야의 급속한 발전은 1~2년 사이에도 혁신 변화가 크기 때문에 미래전략 기술 예측을 상시화해야 한다.

앞으로 신성장 동력과 관련된 미래전략 기술 발굴 등 국가 R&D 정책을 수립할 때 기존의 `위원회 중심` 방식을 데이터(특허, 프로젝트, 연구 발표 자료, 글로벌 재밍 결과 등)에 기반을 두고 빅데이터를 분석, `데이터 중심`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노력은 매년 연속성 있게 로드맵에 따라 R&D가 이뤄져야 의미가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미래기술 예측 정보와 방법론은 민간 기업에 개방돼 세계 기술 트렌드에 따라 같은 방향으로 가도록 인도해야 한다. 이 결과물은 미래기술 예측과 분석 역량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이 투자를 위한 참고로 활용되도록 쓰이면 좋다. 이렇게 되면 나라 전체가 지속해서 일사분란하게 나아갈 수 있으며, 개발에서 나온 기술들이 사업화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이렇게 해야 연구 과제의 가치 평가도 제대로 이뤄진다.

R&D 트렌드를 말해 주는 데이터에는 정부가 심사를 거쳐 인정하는 특허 데이터를 많이 쓴다. 특허 데이터는 각 R&D 기관이 수년 동안 투자해 개발해 온 기술을 정부가 보호해 주는 수단이다. 글로벌 연구소나 대기업은 특허 데이터베이스(DB) 정보를 분석해서 연구소나 기업이 투자하고 있는 기술 개발 트렌드를 도출, 경영 정보에 활용하거나 기술 개발 예측에 사용하고 있다.

미래전략 기술 발굴을 위한 데이터 기반 방법론은 특허 DB 등 공인된 데이터와 다수의 의견을 반영한 재밍 데이터를 수집해서 여기에 축적된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빅데이터를 분석, 미래전략 기술을 객관화 및 과학화하고 현장 중심으로 발굴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렇게 작성된 KTO는 객관성과 다양성이 반영된 예측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 로드맵으로는 3~10년을 지속해서 앞서 볼 수 있는 미래전략 기술 발굴과 중장기 로드맵 등 수립에 활용해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이 같은 방법 지속으로 발굴된 기술이 산업과 동반하면 기업으로 하여금 사업을 발전시켜 갈 수 있게 하는 기틀이 된다.

김문주 실리콘밸리 이노베이션랩 교수, 전 IBM 수석발명가 mjkim@paloaltoipbd.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