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면 통 장수가 돈을 번다’는 일본 속담이 있다. 속담을 뜯어보면 이렇다. 바람이 불면 모래가 날린다. 모래가 눈에 들어가 안질환으로 인한 장님이 많아진다. 일본의 장님은 사미센(三味線)을 연주해 돈을 번다. 사미센은 고양이 가죽으로 만든다. 사미센의 수요 증가로 많은 고양이가 희생되면 쥐가 늘어난다. 쥐는 통을 갉는다. 결국 통 주문이 늘어 통 장수가 돈을 번다.
이 속담은 주로 중간의 여러 가능성을 배제하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사건을 이끌어갈 때 나타나는 오류를 지적할 때 사용된다.
대기업들은 거의 매년 자사주 매입에 막대한 비용을 들인다.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비한 경영권 방어 또는 유통주식 물량 감소효과로 주가를 안정시키기 위함이다. 대부분은 후자에 무게 중심을 둔다.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의 이익을 보장하겠다는 논리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에 3조7786억원을 썼다. 올해도 1조9200억원을 쏟아붓는다. 반도체 300㎜ 팹 구축비용은 평균 3조원. 돈을 자사주 매입이 아닌 설비에 투자하면 512Mb 메모리 칩을 연간 2억5000만∼3억2000만개 생산할 수 있다.
삼성전자뿐인가. 거의 매년 SK텔레콤, KT, 포스코 등도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이다.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을 사용한다.
기업의 경쟁력 향상이 주주의 이익에 직결된다면 자사주 매입보다 더 값진, 더 효과적인 방법이 널려 있다. 기업이 설비투자에 나서면 고용이 안정될 뿐 아니라 일자리도 늘어난다. 생산효율성 증대 차원에서 인적 교육이 강화된다. 이는 다시 경쟁력 향상과 이익 극대화로 이어져 새로운 설비투자를 유발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된다. 또 설비투자 증가로 유기적 관계에 있는 장비 및 설비, 부품 등의 협력업체가 혜택을 받고 이는 다시 협력업체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2차적인 선순환도 유발한다.
주주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한다는 논리는 바람과 통 장수에 얽힌 속담처럼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기업 지분의 절반 이상은 외국인 소유다. 자사주 매입의 최대 수혜자 역시 외국인 주주다. 소버린은 지난 2년4개월 동안 SK에 1770억원을 들여 1조원의 차익을 챙겨들고 떠났다. 그 사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은 과연 얼마나 높아졌는지 따져볼 일이다.
IT산업부·최정훈 차장@, jh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