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텐센트 위챗 통해 웹툰 서비스한다…한중 인터넷 1위 기업 협력 물꼬

네이버가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텐센트와 손잡았다. 텐센트 모바일 메신저 위챗에서 네이버 웹툰을 서비스한다.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라인과 위챗을 앞세워 양보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양국 인터넷 업계 1위 기업이 콘텐츠 사업에서 과감히 협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달 초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와 웹툰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갓오브하이스쿨’과 ‘노블레스’ ‘신의탑’ 등 네이버 대표 웹툰 상당수가 중국 위챗 사용자를 찾아간다. 네이버는 이번 계약 성사로 5억명에 달하는 위챗 사용자에게 웹툰을 서비스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네이버가 텐센트와 협력한 것은 자체 역량으로 중국 시장을 뚫기 어렵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현재 라인을 활용해 중국을 제외한 홍콩과 대만에서 웹툰을 서비스하고 있다. 중국 진출도 준비 중이지만 직접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7월 이후 중국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라인을 차단하면서 파행 운영이 이어지고 있다. 현지에서 서비스가 차단된 지 석 달이 다 돼 가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서비스가 정지된 사이 라인 사용자 상당수가 이탈했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 차단 이슈가 없어도 중국은 단기간에 라인이 공략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중국은 위챗 텃밭으로 라인이 발표한 가입자 1000만명 이상 국가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라인 플랫폼 힘이 발휘되지 않는 곳”이라며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위챗 플랫폼을 타는 방법이 네이버로선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웹툰을 미래 주력 콘텐츠 중 핵심으로 꼽는다. 중국은 세계 최대 시장으로 문화적 공감이 커 가장 먼저 공략해야 할 시장이다. 웹툰 대륙 공략을 위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할 수 없는 상황이다. 네이버는 대만과 홍콩에서 중국어 번체로 50여개 웹툰을 서비스 중이다. 중국에서 쓰는 간체로 바꾸기만 하면 언제든 서비스가 가능하다.

텐센트 역시 네이버 웹툰이 매력적이다. 음악과 드라마, 영화, 게임 등 한류 콘텐츠에 목마른 중국이다. 수많은 히트작을 보유한 네이버 웹툰은 위챗의 가치를 높여줄 콘텐츠다. 웹툰을 활용한 게임 등 2차 저작물 유통도 텐센트가 맡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위챗 역시 게임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어 향후 네이버웹툰 기반 게임 퍼블리싱 역시 텐센트가 맡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로의 장점이 필요한 두 회사가 경쟁을 하면서도 신의 한 수로 볼 수 있는 선택을 했다”며 “알리바바와 소프트뱅크의 라인 투자설에 네이버·텐센트 협력까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IT 공룡의 합종연횡이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측은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