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쿤룬, 한국 게임 스타트업 직접 키운다

중국 기업 쿤룬이 한국 게임 스타트업을 직접 키운다. 이미 조성한 투자금 500억원을 투입한다. 유명세를 탄 게임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경쟁력 있는 게임을 얻겠다는 청사진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쿤룬이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한국 법인 내에 조만간 인큐베이팅 센터를 연다. 내부 인테리어를 마치고 정식 개소를 앞뒀다. 텐센트처럼 대기업이 유력 개발사에 거액을 투자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중국 중견기업이 국내 스타트업 육성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쿤룬은 지난 2008년 웹게임으로 시작한 중국 개발사다. 내수 시장에 집중하는 중국 게임 기업과 달리 일찌감치 북미, 유럽, 일본, 동남아시아 등에 진출해 빠르게 성장했다. 본사 인력은 1500여명 수준으로, 설립 3년 만에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다. 비상장 기업이어서 공식 발표는 없지만 지난해 5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 온라인게임 ‘테라’와 ‘라그나로크온라인’은 중국에, 모바일게임 ‘헬로히어로’는 대만에 서비스했다.

쿤룬은 2011년 웹게임을 주력으로 한국에 진출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이 커지자 일찌감치 롤플레잉게임(RPG)을 선보이며 이 분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암드히어로즈’는 국내 구글 최고 매출 6위까지 오른 히트작이다. 이후 ‘레전드 오브 킹’ ‘풍운삼국’ 등이 잇달아 인기를 얻어 한국에 진출한 중국 게임사 중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발 빠르게 움직인 만큼 스타트업의 가능성도 일찌감치 눈여겨본 것으로 풀이된다. 쿤룬이 해외 법인에 인큐베이팅 센터를 마련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사무실 인프라는 물론이고 게임 퍼블리싱, 지분 투자, 해외진출 지원 등 다양한 협력을 모색할 계획이다.

텐센트나 알리바바와 비교해 회사 규모와 자금력에서 열세인 쿤룬은 ‘될성부른 떡잎 찾기’ 전략을 선택했다. 검증된 회사에 투자하는 대신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을 육성하면 ‘성장’과 ‘상생’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임성봉 쿤룬코리아 대표는 “모바일게임 시장 가능성이 큰 만큼 국내 스타트업과 함께 성장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이미 조성한 500억원 규모 펀드를 스타트업 육성에 활용할 방침”이라며 “돈만 벌고 나가는 기존 해외법인과 달리 국내 개발사와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협력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