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도체 산업 지원, 중국 정부 본받아야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국산화 추진 열기가 뜨겁다. 반도체를 국가 산업의 핵심 근간으로 규정하고 개발 프로젝트에 천문학적인 정부 예산을 쏟아 붓는다. 정책 자금 뿐 아니라 제도적 지원과 수요 창출까지 정부가 앞장섰다. 중국 정부는 도청과 해킹 우려 등 보안 문제를 구실 삼아 해외 반도체 업체들을 조사하면서 압박하기도 한다.

정부가 나서서 수십조원에 달하는 예산 지원 뿐만 아니라 해외 업체를 막아주는 정책적 방패 역할까지 자임한다. 한발 나아가 자국 반도체 업체에 보안 강화된 칩을 개발해 공급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안정된 수익 기반까지 마련해줬다. 오랫동안 외국 유망 반도체 생산기지를 중국내 유치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투자 유치와 합작법인 확대 등으로 중국 반도체 업계 몸집 불리기와 기술 확보에 나섰다.

전폭적인 지원은 성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국 반도체 수입이 1년 전에 비해 5.9% 줄었다. 자국 내 반도체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뜻이다. 중국 제조업체들은 아직 주요 반도체를 대부분 해외에 의존한다. 하지만 국산 제품 대체하는 속도가 해마다 빨라진다. 지난해엔 두 배 가량 빨라졌다. 해외 미디어 평가대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중국 정부의 전략과 전술이 교묘해졌다.

반도체 최대 수요처로 떠오른 중국이다. 자국산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은 곧 우리 업계에 엄청난 위기로 다가온다. ‘메이드인 코리아’ 반도체의 중국내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 수 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 비해 우리 정부 역할은 갈수록 위축돼 더욱 우려가 높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중국 반도체 업계보다 한발 앞서 차별화된 신제품을 개발해 경쟁력을 갖춰야한다고 업계와 학계에 주문해왔다. 강한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행동은 업계 기대와 전혀 다르다. 올해 소재부품 지원 정부 예산은 대폭 축소됐으며 관련 정책 지원도 위축될 전망이다. 팹리스 업체들도 늘 제자리다. 우리 반도체가 수출 상품이라며 띄우기보다 이를 위해 실질적인 혜택을 주려고 노력하는 정부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