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CEO]이재인 우리로 회장 "칩 하나에 300만원 호가···기술 베끼기 어려워"

이재인 우리로 회장
이재인 우리로 회장

“양자암호통신용 광증폭기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보다 복잡한 화합물 반도체 기술이 들어갑니다. 쉽게 베낄 수 없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매우 큽니다.”

이재인 우리로 회장은 국내는 물론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기술이라며 양자 광증폭기에 자부심을 내비쳤다.

1998년 설립(당시 우리로광통신)된 우리로는 2002년 국내 최초로 초소형 광분배기를 양산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이후 광다이오드(2010년), 스마트센서(2012년), 시스템통합(SI·2014), 사물인터넷(2014)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지난해 매출 532억원(연결기준), 영업이익 2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양자암호통신과 관련이 깊은 사업이 광다이오드(PD)다. 광다이오드는 광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소자다. 신호가 미약하면 이를 증폭시킨다. 양자암호통신엔 이런 기능이 반드시 필요하다. 광자를 무더기로 쏘는 일반 통신과 달리 양자암호통신은 광자 한 개를 보내기 때문이다. 신호 세기가 극히 미약하기 때문에 반드시 증폭시켜야 한다.

이 회장은 “양자 신호를 받아 1만배에서 10만배까지 신호를 키워야 한다”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이 기술이 있는 업체는 손에 꼽는다”고 말했다.

우리로가 확보한 양자암호통신용 광증폭기 기술의 장점은 베끼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소형 웨이퍼 위에 인듐, 갈륨, 아세나이드를 미세하게 올리는 화합물 반도체여서 정밀 기술이 요구된다. 이렇게 만든 칩 하나는 300만원을 호가한다. 대량 생산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감안해도 상당히 비싸다. 경제 가치가 크다는 의미다.

미국, 일본, 유럽 등 극히 일부 국가에만 있는 양자 증폭 상용 기술을 확보한 이 회장이지만 아직 고민이 많다. 시장이 작기 때문이다. 외국은 정부 주도 투자로 큰 시장이 섰지만 우리나라 투자는 미미하다. 연간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 투자가 이뤄지는 미국, 중국, 일본, 유럽과 달리 국내 투자액은 수십억원에 그친다.

이 회장은 “한마디로 여러 업체가 참여해 기술·인력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초기 시장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양자암호통신은 양자역학의 특수한 성질을 이용한 통신기술이다. 중간에서 정보를 탈취하는 게 불가능해 국가 안보와 정보통신기술(ICT) 보안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초 북한이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히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에선 SK텔레콤이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원을 받아 분당 사옥에서 국가시험망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로는 SK텔레콤 파트너다.

이 회장은 “이미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전폭 지원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선진국과 격차를 줄이고 따라잡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우리로는 양자암호통신용 광증폭기 분야의 세계 기술력을 확보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