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중국 디지털경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오종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 전문연구원
오종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 전문연구원

뉴노멀 시대에 접어든 중국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디지털경제를 주목하고 있다.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인터넷 산업은 고속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디지털 기술이 각종 산업과 융합되면서 다양한 혁신 사례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 주요도시에서는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모바일 금융결제가 일상화됐다. O2O 서비스 외에도 공유경제가 새로운 소비 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또 디지털과 실물경제를 이어주는 각종 혁신 아이디어는 창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 3월 정부업무보고서에는 '디지털경제 발전'이라는 키워드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밖에도 인공지능(AI), 5G 이동통신, 공유경제 등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내용이 대거 포함됐다.

2016년 중국의 디지털경제 규모는 3조8000억달러로 규모면에서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도약했다. 시장은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등 로컬 인터넷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고속성장을 거듭하면서 세계적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 디지털경제에서 변화폭이 크고 주목도가 높은 O2O 시장은 생활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급성장했다. 기업 간 경쟁을 통해 규모에 비해 낙후돼 있던 서비스업 품질과 효율성이 높아졌다. 이어 공유경제는 중국경제가 안고 있던 수요와 공급 간 불일치와 유휴자원 활용 문제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해결했다. 공급가격 인하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다. 그밖에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이뤄지고 있다. 2015년 중국정부가 창업 슬로건을 발표한 이래 창업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에도 매일 1만5000개 기업이 생겨났다. 그리하여 텐센트, 알리바바 등도 자사가 보유한 클라우드 서비스, 데이터를 공유하면서 스타트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동시에 경쟁적 투자를 통해 자사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기업가치가 10억달러를 넘는 유니콘(unicorn) 기업도 사상 최대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향후에도 중국 디지털경제는 높은 성장세가 기대된다. 우선 중국 인터넷 보급률은 아직 53.2%에 불과하며, 매년 사용자가 4000만명 이상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또 공유경제를 비롯해 새로운 소비 수요가 끊임없이 창출되고 있다. 국가정보센터(國家信息中心)에 따르면 공유경제는 향후 중·노년층 사용증가와 더불어 농촌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면서 5년간 40% 내외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다. 2020년이면 중국 GDP의 10% 수준으로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디지털경제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통신 네트워크 인프라 개선, 디지털화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이미 차이나텔레콤, 차이나모바일 등 주요 통신사업자들은 통신 요금 인하, 4G 이동통신망 확대에 동참하기로 했다. 또 디지털화 확대에 따라 기업들도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은 디지털경제 발전과정에서 나타난 새로운 산업과 업태에 대해 규제를 최소화하면서 오히려 신속하게 산업구조를 전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핀테크, 공유경제 등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고, 관련해서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도 다수 배출됐다. 또 민간으로부터 진행된 혁신을 정부가 적극 수용해 '인터넷 플러스'를 국가전략으로 수립하기도 했다.

향후 우리기업은 변화하는 중국시장에 대해 새로운 접근법이 요구된다. 우선 플랫폼 기업과의 협력 확대는 필수적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확대로 시공간 제약은 사라졌으나 중국에서 외자기업이 단독으로 인터넷 사업을 진행하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또 과거와 달리 플랫폼 기업 시장 영향력이 커졌다. 다만 협력 확대를 위해서는 차별화 요소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 디지털경제 성장에 있어 빠른 실행력을 갖춘 스타트업 역할이 중요하게 나타났다. 따라서 중국 내 기술력과 시장성을 보유한 유망 스타트업 발굴 노력도 필요하다. 또 중국과의 창업 협력 확대, 중국 스타트업에 대한 지분 참여를 통한 시장 진출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중국팀 오종혁 전문연구원 ojh@kiep.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