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 방호, '시설' 아닌 '장비' 중심으로 비용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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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기파(EMP) 공격을 막는 EMP 방호설비가 '장비'가 아닌 '시설'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취약점 증가와 비용낭비를 유발, 구축 확대에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EMP 차폐효과 시험 장면.
<전자기파(EMP) 공격을 막는 EMP 방호설비가 '장비'가 아닌 '시설'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취약점 증가와 비용낭비를 유발, 구축 확대에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EMP 차폐효과 시험 장면.>

전자기파(EMP) 공격을 막는 EMP 방호설비가 '장비'가 아닌 '시설'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취약점 증가와 비용 낭비를 유발, 확대에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전파 전문가와 EMP 차폐 전문업체에 따르면 합참 지휘통제실을 비롯해 EMP 방호설비를 구축한 주요 기관 모두가 시설 대상 EMP 방호를 추진했다. 콘크리트 안에 약 3㎜ 두께 금속판을 넣어 건물 전체를 둘러싸는 방식을 취했다.

EMP 공격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시설 내부 정보통신·전자기기만 보호하면 된다. 그러나 다른 설비와 함께 통합 설계·시공을 하다 보니 시설 중심 구축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물 전체를 둘러싸는 방식은 여러 문제를 불러온다. 둘러싸는 면적이 넓을수록 유지보수가 어렵다. 취약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EMP는 조그만 틈새라도 치명적 피해를 입힌다.

EMP 전문가는 “이중문을 설치하더라도 자주 드나들다 보면 마모되는 부분이 생기게 마련”이라며 “취약점이 발생하면 수백억원 투자가 무용지물이 된다”고 말했다.

비용낭비도 문제다. 소형 시설 EMP 방호에는 100억원 안팎, 큰 시설에는 수백억원이 든다. 그러나 이 비용의 30%만 있으면 장비 대상 방호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고출력 EMP(HPEMP)에 의한 침투 경로 개략도.
<고출력 EMP(HPEMP)에 의한 침투 경로 개략도.>

국내 공공과 민간을 통틀어 EMP 공격 대상 시설의 95%가량이 아직 방호가 안 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필요성은 인지하지만 비용 문제로 사업을 유예하는 곳이 많다. 비용낭비를 막으면 EMP 방호설비 구축을 확산할 수 있다.

정연춘 서경대 교수는 “EMP 방호는 취약점 분석을 통해 취약점을 발견하고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EMP 방호 사업 중심이 시설 중심에 맞춰져 있다 보니 이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작년 국방시설본부가 'EMP 방호시설 연구용역'을 진행했지만 시설 규모나 유형에 따른 비용산정 방안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장비 중심 EMP 방호설비 구축을 위한 현실적 기준이나 제도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EMP 공격은 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 에너지를 발생시켜 수백 ㎞ 내(핵 EMP의 경우) 적 지휘통제체계와 방공망 등 모든 전자기기를 무력화시킨다. 우리 군이 운영하는 전술지휘통제자동화(C4I) 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다.

민간 피해도 크다. 전기와 통신이 먹통이 돼 일대 혼란이 발생한다. 우리나라처럼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한 나라일수록 타격이 크다. 일시에 100년 전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최근 핵실험 이후 북한 언론이 직접 핵무기를 통한 EMP 공격을 거론하면서 서둘러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

전자기탄(EMP탄)은 공격 범위 내 각종 전자장비와 시설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전자기탄(EMP탄)은 공격 범위 내 각종 전자장비와 시설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