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우리는 왜 게임을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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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츠가 만든 모바일게임 '수상한 메신저'는 여성을 위한 스마트폰 게임이다. 광고나 플랫폼 피처링 없이 북미 지역 중심으로 2차 창작 열풍을 불러왔다. 누적 300만 다운로드, 매출 수십억원을 올린 '수상한 메신저'는 올해 7월 1주년을 맞았다. 9월에는 대형 시나리오를 추가했다.

'수상한 메신저'에 들어간 텍스트는 100만 단어가 넘는다. 여성 게이머들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유로운 2차 창작물을 쏟아낸다. 전체 4% 선에 머물러 있던 국내 이용자의 비중도 꽤 높아졌다.

이수진 체리츠 대표
<이수진 체리츠 대표>

별도의 자본 투자 없이 독립 경영을 하는 인디 게임사로서 행복한 상황이지만 혹독한 업계 상황을 보면 두려움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퍼블리셔와 투자자가 없어 자율성을 보장하더라도 그것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진 않을지, 실적이 떨어져서 지치지는 않을지 늘 불안하다.

그럴 때마다 복잡한 생각은 잠시 접어 두길 다짐한다. 두려움이 내린 결정을 거부하는 것이 인디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잊을까 해서 회사 문화에도 추가했다. '우리는 두려움보다 사랑으로 결정을 내릴 것입니다.' 체리츠 사무실 곳곳에 붙어 있는 문구다.

체리츠에 인디는 현실의 한계나 실패 위협으로부터의 불안감을 이겨낸 용기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인디 정신은 체리츠 경영에서 1순위다. 게임을 만드는 조직인 우리는 '체리츠가 왜 존재하는지' '어떨 때 가장 높은 효율을 내는지' 알아내려고 애썼다. 조직원은 스스로 성장할 때 가장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를 위해 창조성 회복 워크숍을 진행하고 내면의 발견을 돕는 기업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자율성에 의존한 자기계발 시간도 제도화했다. 회사 한 구석에 어릴 적 자신의 작품을 비판한 누군가의 이름에 엑스 표를 치고, 내면의 자신에게 동정의 편지를 쓴다. 금요일 아침에는 한 주 동안 스스로 찾아본 테드(TED) 영상, 심리학 서적, 기술 자료 등이 각 직원의 개성으로 재해석돼 이메일함을 가득 채운다.

마지막엔 이것이 어떻게 더 좋은 게임으로 이어지는지를 측정하는 것에 진지하게 임한다. 자율, 행복, 창작의 혼 등은 이상 소재가 아니라 손에 만져져서 확인할 수 있고 세상에 전달돼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상한 메신저'가 성과를 낸 후 '메신저 게임'을 시리즈로 내라는 제안을 많이 들었다. 퍼블리셔·투자자를 찾아 광고 집행을 하고, 매출을 올려야 한다는 조언도 얻었다. 그때마다 '이것이 우리의 존재 이유가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답은 분명하다. 당장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는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특별한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우선이다.

게임은 단순한 스트레스 해소 도구부터 한 개인의 인생 또는 시대를 함께할 수 있는 인류의 좋은 친구다. 우리는 작지만 지구 전체, 시대 전체를 바라보고 게임을 제작하려 노력한다.

게임을 통해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야 하는 것이 체리츠의 존재 이유다. 게임뿐만 아니라 모든 창작자는 결과물을 통해 대중과 교감할 때 비로소 생명을 얻는다.

특히 대중 매체인 게임을 만들려면 △누군가를 놀라게 할 다음 스토리와 기획을 어떻게 만들지 △우리 철학에 공감해 줄 개발 역량은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 △3년, 5년 뒤에는 우리가 얼마나 강렬하게 우리 존재를 다시 확인할 수 있을지 △그렇게 해서 만든 작품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줄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

이것을 좇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고정 관념과 싸워야 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답이 없는 복잡한 문제의 절충안을 찾는 과정의 연속이다. 생생하고 독특하며, 값진 경험은 특별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힘이 된다.

게임과 게임 개발자가 존재 이유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곧 잊혀질 '시즌 상품'에 불과하다. 콘텐츠가 영속성을 띠기 위해 창작자는 항상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왜 게임을 만드는가.'

이수진 체리츠 대표 sri@cherit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