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도 구부리는 '플렉시블' 시대

배터리도 구부러지는 플렉시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구부렸다 폈다할 수 있는 형태의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예고하면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폴리이미드(PI) 필름,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등 유연성을 갖춘 부품 기술과 함께 플렉시블 배터리도 주목받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배터리 업체가 플렉시블 배터리를 기술을 확보하고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이르면 연내 리튬이온 기반 플렉시블 배터리가 탑재된 웨어러블 기기 완제품이 시장에 출시될 전망이다.

아모텍 자회사인 아모그린텍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플렉시블 리튬이온 배터리 신뢰성 테스트를 마치고 최근 양산 단계에 진입했다. 이르면 올 연말 국내 B사 무선헤드셋에 탑재돼 출시될 예정이다.

아모그린텍 관계자는 “처음으로 플렉시블 배터리를 활용한 판매용 제품이 나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변형을 시키거나 가위로 자르는 등 테스트를 거친 만큼 높은 안전성을 보유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아모그린텍 플렉시블 배터리. 배터리를 좌우로 틀어도 전구에 불이 들어오고 있다. (사진=전자신문DB)
아모그린텍 플렉시블 배터리. 배터리를 좌우로 틀어도 전구에 불이 들어오고 있다. (사진=전자신문DB)

KAIST 출신 스타트업 리베스트는 최근 전시회에서 플렉시블 배터리 리플렉스(LiFlex) 시제품을 공개했다. 충·방전 시험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5000회 이상 반복 굽힘 테스트에서 내구성을 확인했다. 연간 2000개 생산이 가능한 파일럿 라인도 갖추고 있다. 현재 고객사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SDI는 2014년 세계 최초로 플렉시블 배터리를 공개했으며 지난해 목걸이, 헤어밴드 등 형태로 적용 가능한 스트라이프 배터리를 선보였다. LG화학도 전선 형태의 와이어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했다. 이밖에 국내 코스닥 상장사인 제낙스, 일본 파나소닉, 대만 프롤로지움 등이 플렉시블 배터리 개발을 공식화했다.

삼성SDI가 지난 2014년 세계 최초로 공개한 플렉서블 배터리 (사진=전자신문DB)
삼성SDI가 지난 2014년 세계 최초로 공개한 플렉서블 배터리 (사진=전자신문DB)

시장에 첫 등장하는 플렉시블 스마트폰은 지갑처럼 한 번 접었다 펼 수 있는 형태의 폴더블 형태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배터리는 구부릴 필요 없이 양 측면에 배치하는 형태로도 구현할 수 있다. 폴더블보다 한 단계 진화한 '롤러블' 형태나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스마트폰을 구현하려면 플렉시블 배터리가 필수다.

배터리 업계에서 보는 플렉시블 배터리 최대 활용처는 웨어러블 기기 시장이다. 스마트워치는 본체가 아니라 밴드 부분에 배터리를 탑재하면 기기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무선 헤드폰이나 넥밴드 등에 플렉시블 배터리를 적용하면 보다 슬림한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다.

향후 플렉시블 배터리가 상용 제품에 적극 채택되려면 극복해야할 과제도 많다. 현재 플렉시블 배터리는 일반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는 30%가량 낮지만 제품 가격은 두 배 정도 비싸다. 수요처가 확보되고 양산 기술이 고도화되면 생산 비용 절감이 가능해진다.

실제 스마트폰 같은 IT 기기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수만 번 구부렸다 펴더라도 지속적으로 같은 성능을 낼 수 있는 내구성이 필수다. 반복해 구부리면 전해액이 누액되거나 내장재가 파손되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업체마다 새로운 구조와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인체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에 특성상 폭발 위험성도 없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병풍처럼 접는 플렉시블 기기는 현재 기술로도 충분히 구현이 가능하다”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소구할 수 있는 플렉시블 기기가 등장해 시장이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