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가 한국 내 반도체 조직의 역할을 설계 지원에서 양산 직전 단계인 '실물 검증' 체제로 확장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통한 차세대 인공지능(AI) 칩의 대량 양산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는 최근 '포스트 실리콘 검증(Post-Silicon Validation) 엔지니어' 채용에 나섰다. 그간 한국 내 반도체 팀이 아키텍처 설계 및 논리 설계(Pre-Silicon) 등 미국 본사의 설계를 지원하는 데 주력해 왔다면, 이번 채용은 파운드리에서 제작된 '실물 칩'을 대상으로 최종 품질 보증(QA)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포스트 실리콘' 공정은 설계가 완료된 칩을 파운드리에서 시제품(Prototype)으로 뽑아낸 뒤 진행하는 핵심 절차다. 실제 칩에 전원을 넣어 구동하는 '브링업(Bring-up)'을 시작으로 고속 데이터 전송(Serdes) 안정성, 전력 특성 분석(Power Characterization) 등 양산 전 거쳐야 하는 마지막 관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공정을 통해 제작된 테슬라의 차세대 칩 엔지니어링 샘플(ES)이 이미 국내 연구소(Lab)에 전달되었거나 도착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검증 대상에는 자율주행(FSD)용 시스템온칩(SoC)뿐만 아니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두뇌인 차세대 AI 칩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가 한국 내 독자적인 검증 인프라를 구축하는 이유는 기술적 본진인 마더 팹(Mother Fab)과의 인접성 때문으로 여겨진다. 삼성전자 화성·평택 캠퍼스 등 생산 현장 인근에서 검증 인력을 운용할 경우, 칩의 불량이나 오류를 실시간으로 피드백하고 수정(Revision)할 수 있어 수율 확보 기간을 단축하고 양산 과정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후 대량 양산은 미국 테일러 공장에서 수행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달 한국 내 반도체 설계·제조·SW 인력을 채용하며 미래 설계를 위한 저변을 닦았다. 이들이 수년 후 선보일 차세대 아키텍처 프로젝트를 담당한다면, 이번 포스트 실리콘 조직은 갓 생산된 칩을 즉시 현장에 투입 가능한 수준으로 다듬는 실전부대 역할을 할 전망이다.
테슬라와 삼성전자는 지난해 AI6 칩 생산을 위한 165억달러 규모 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전 세대인 AI5칩은 TSMC와 삼성전자가 물량을 나눠 수주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검증 대상이 된 칩 역시 AI5칩 초기 물량으로 추정된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