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로봇 액추에이터 살펴보니…외산부품 日색

[이슈분석]로봇 액추에이터 살펴보니…외산부품 日색

로봇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핵심 부품 외산 의존도가 심각하다. 로봇을 구동하는 핵심 부품에서도 외산에 의존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국내 산업용 로봇 산업 규모는 세계 수위권을 차지한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는 24만6000대에 이르는 산업용 로봇이 운영되고 있다. 세계 4위 규모다. 중국, 일본, 미국, 한국 순이다. 우리나라는 3위인 미국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한국 산업용 로봇 시장은 규모에서 메이저급으로 평가할 만하다. 반도체·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전자 산업에서 로봇 장비를 적극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꾸준한 수요가 있었지만 최근 3년 사이 국내 산업용 로봇 시장은 전자 산업 중심으로 급격히 확대됐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우리나라 로봇 산업용 밀집도는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IFR는 2015년 기준 우리나라 로봇 밀집도가 1만명당 531대라고 발표했다. 이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압도하는 밀집도다. 2위인 싱가포르는 398대, 3위 일본은 305대를 기록했다. 그만큼 국내 산업 현장에서 로봇을 활발하게 채택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로봇 시장이다. 그러나 로봇 기반 기술에서는 외형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완제품 기술력과는 달리 부품 등 기반 기술력에서는 선진국 로봇 기업에 밀리는 양상이다.

외산 부품 기업은 오랜 업력과 높은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부품 신뢰성을 쌓아 왔다. 세계 시장 수요를 소화하면서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또 턴키 구매가 이뤄지는 장비 산업 특성상 한번 납품이 시작된 외산 부품은 좀처럼 국산 부품으로 대체하기가 어렵다.

로봇 고출력 밀도 구동 모듈(액추에이터)을 살펴보면 부품 기술 열세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액추에이터는 물리력을 기계 동력으로 전환하는 장치다. 산업용 로봇에 필수 부품이다. 로봇 액추에이터를 구성하는 부품으로는 감속기, 서보모터(엔코더), 브레이크, 컨트롤러가 꼽힌다. 이 가운데에서도 감속기와 서보모터는 핵심 중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구하기 어려운 하모닉드라이브…日 부품이 '대세'

감속기는 모터 속도를 제어해 로봇 힘을 조절하는 부품이다. 로봇 움직임과 직접 연관돼 핵심 부품의 하나에 속한다. 감속기는 모터 속도를 줄이면서 힘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한다.

감속기의 일종인 하모닉드라이브는 협동로봇을 포함해 산업용 로봇 전반에 활용된다. 경박단소화에 유리하다. 가반 중량은 적게 나가는 편이지만 협동로봇과 같은 소형 로봇에서부터 수직다관절로봇과 같은 중대형 로봇까지 폭넓게 쓰인다.

일본 '하모닉드라이브'가 세계 하모닉드라이브 시장을 주도한다. 하모닉드라이브에 이어 일본전산신포주식회사도 하모닉드라이브 시장에서 인지도와 경쟁력을 갖춘 회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일본 부품 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하모닉드라이브 품귀 현상이 올해 업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시장 수요를 공급 기업이 따라잡지 못하면서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하모닉드라이브 부족 현상은 여전하다.

로봇 기업 관계자는 “하모닉드라이브는 현재 납품까지 8개월 정도 걸리는데 내년까지도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하모닉드라이브를 제때 인도받을 수 있다면 1년 매출액 앞자리가 바뀔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국내에서도 하모닉드라이브 국산 제품이 있지만 아직 의미 있는 매출은 내지 못하고 있다. 수요 기업에서는 외산 하모닉드라이브를 선호하는 성향이 강하다.

◇하모닉드라이브처럼 귀해진 RV 감속기…日 나브테스코 독과점 시장

감속기의 또 다른 종류인 RV 감속기는 중대형 수직다관절로봇에 주로 쓰인다. 가반 중량도 하모닉드라이브보다 높다. 하모닉드라이브는 경박 단소화에 유리하고 3~10㎏대 가반 중량을 갖췄다. RV 감속기는 20㎏ 이상 가반 중량을 지원한다.

일본 나브테스코가 RV 감속기 시장 리드 기업으로 지목된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RV 감속기가 하모닉드라이브만큼 납기가 길어지고 있다. 하모닉드라이브는 대체 기업이 그나마 있지만 RV 감속기 시장에서는 나브테스코를 제외하고 대체 기업도 거의 없다”고 토로한다.

최근 추세는 6축 관절로봇을 기준으로 하단부 관절에는 RV 감속기를 채택하고, 상단부 관절에는 하모닉드라이브를 혼합해 사용한다.

현재까지 국산 RV 감속기는 시중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에서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 RV 감속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보모터-엔코더에서도…日, 日, 日

서보모터와 엔코더는 하나의 세트로 제작되는 부품이다. 서브모터와 엔코더 시장에서는 일본의 미쓰비시, 파나소닉, 야스카와전기, 다마카와가 메이저 기업으로 꼽힌다. 실제 수요 기업 선호도도 국산 서보모터보다 일본산 서보모터를 선호한다.

서보모터는 로봇을 움직이기 위한 기계 에너지를 발생시켜 고속·고정밀 위치 제어가 가능하도록 하는 부품이다. 엔코더는 서보모터 각도·위치를 정밀하게 측정하기 위한 센서 부품이다. 엔코더 분해능이 높을수록 측정 정밀도가 높아진다.

서보모터 시장에서는 수요 기업 선호도와는 별도로 국산화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왔다. 하이엔드 제품에서는 기술력 차이가 있지만 일반 수준에서는 국산 부품도 외산 부품 수준을 상당 부분 따라잡았다. 이 때문에 감속기처럼 외산 의존도가 일방인 부품은 아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서보모터와 관련한 쇼티지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보모터에 탑재되는 엔코더는 외산 의존도가 여전하다. 일부 저분해능 엔코더에서는 국산화가 이뤄졌지만 고분해능 엔코더에서는 걸음마 수준이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