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인공지능이 대학 잡겠네!!

[ET단상]인공지능이 대학 잡겠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1961년 케냐에서 태어났다. 1961년의 케냐 국민소득은 94.71달러(세계 88위), 대한민국은 91.63달러(세계89위)로 두 나라가 최빈국의 선두를 다투던 처지였다. 2009년 11월 한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경제 성장 역사를 보고받던 오바마 대통령은 깜짝 놀라더니 공개석상에서 여러 번 한국의 성장 엔진을 이야기했다.

“2009년 양국의 국민소득을 보니 케냐 108.4달러, 한국 2만1040달러로 케냐는 50년 전 그대로 최빈국 수준을 면치 못한 상태지만 한국은 20배로 성장해 거의 선진국 문턱에 와 있지 않은가! 나의 조국 케냐는 아직도 저러고 있는데 도대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어떻게 반세기 만에 최빈국에서 선진국이 됐단 말인가?”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성장엔진은 바로 교육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수차례 높은 교육열을 칭송했다. 또 높은 교육열의 뒤에는 억척스런 엄마부대가 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자동차 산업 세계 5위, 건설 산업 3위, 조선 산업 1위, 철강 산업 5위, 반도체 산업 1위, 디스플레이 산업 1위, 휴대폰 산업 2위….

우리보다 세계가 더 놀란 이 업적은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뼈에 사무친 우리 민족의 한이 대학 진학률 84%라는 교육열과 융합해서 이룩한 불가사의한 금자탑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찬사는 고맙게 받더라도 막상 우리 교육의 현실은 이전부터 어두운 그림자가 엄습해 오고 있는 상황이다. 출산율 및 대학 진학률 상승에 따른 신규 대학 난립 및 정원 늘리기 경쟁으로 대한민국은 대학 과포화 국가가 됐다.

외화보유액 39억달러, 원달러 환율 1800원, 국민소득 1만달러로 추락. 중소기업 태반이 무너지고 무섭게 질주하던 대기업의 도산과 대량 실업, 초 고금리. 대한민국의 경제는 아비규환 상태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라는 사태를 겪었다. 기업 도산은 대량 실업으로 이어지고, 가장의 실업은 가정경제 파탄과 자식들의 학업 중단 사태라는 연쇄 반응을 낳았다.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사립 대학은 재정 위기를 맞게 됐다.

알파고-아마존고-파파고, 시리, 왓슨, 기가지니, 클로바, 헬퍼 로봇, 로봇 사피엔스, 자율주행자동차, 무인점포, 네오금융, 싱귤래리티 등 다양한 용어가 봇물처럼 쏟아진다. 인공지능(AI)이 장학퀴즈에서 수능 만점자를 누르고 우승했다. 일본 AI가 도쿄대 입시 문제를 풀어서 합격권 안에 들었다. 중국의 AI는 의사면허시험에 고득점 합격했다. 바둑기사 이세돌이 AI를 그나마 한 판 이긴 최후의 바둑 선수로 기록됐다.

알렉사로 촉발된 AI 혁명이 쓰나미(지진해일)처럼 밀려오고 있다. AI 쇼가 연일 매스컴을 탄다. 2030년까지 현재 직업군 40%가 사라진다고 한다. AI가 자동 번역 및 자동 통역을 하고, 신문 기사를 작성한다. AI가 변호사 업무도 대행하고, 수술도 집도한다. 수년 내 현실로 닥쳐올 믿고 싶지 않은 모습이다.

대학도 열외가 아니다. AI가 저출산과 함께 대학을 협공한다. 한 해 100만명이 태어나고, 그 가운데 70%가 진학할 것이라는 중진국·산업사회 예측이 비참하게 빗나가고 있다. 현재 46만여명인 초등학교 6학년생이 대학을 진학하는 5년 뒤에는 지금 공상과학(SF) 영화처럼 보이는 AI 장면은 현실이 된다.

4년제 대학교 입학 정원 32만8000명, 전문대 입학 정원 24만7000명을 합해 57만여명의 신입생을 기다리는 대학 가운데 75%가 등록금에 의존해서 운영되는 사립 대학이다. 대학 진학률 70%를 적용하면 태반이 미달 사태를 맞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AI 혁명군이 몰려오고 있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웬만한 내용은 AI가 대신해 준다. 주입식 강의로 배워서 암기 위주의 시험으로 받은 성적은 전혀 쓸모가 없어진다. 중급 정도의 지식근로자 일자리는 AI로 대체된다. 기업은 더 이상 대학 교육을 신뢰하지 않는다. 블라인드 채용이 보편화된다.

대학 위기가 IMF 때와는 근본이 다르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저스 회장은 “미래와 싸우지 마라”고 충고한다. SI와 경쟁해서는 이기지 못한다. 'AI가 대학 잡아 먹을 날'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젠 AI와 협업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대학이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1개 학과 전공, 최소 전공 학점, 단일 교과서 중심의 주입식 교육, 암기식 시험, 상대평가에 의한 학점 부여 등 지금까지 40년 동안 시행해 온 산업 사회 교육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은 교육이고, 교육의 핵심 주체는 대학이다. 대학이 살아야 한다. 대학이 살아야 나라도 산다.
오해석 가천대 석좌교수, 인공지능기술원 원장 oh@ga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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