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벤처 활성화는 조속한 창업 안전망 작동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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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벤처 활성화는 조속한 창업 안전망 작동부터

세계 3대 투자자 가운데 한 명인 짐 로저스는 한국의 공무원 열풍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10대의 꿈이 공무원이라는 것은 대단히 큰 충격이자 슬픈 일이라고 전했다. 대학 졸업자 절반이 공무원 시험에 몰입하는 구조는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만든 실패에 대한 징벌 구조 요인 때문이다.

스웨덴은 과반수 청년이 창업에 도전해 지속해서 국가 혁신을 이뤄 내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한 요인은 실패를 지원하는 '혁신 안전망'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창업 실패 기록이 인생 족쇄로 작용한다면 혁신 창업을 통한 국가 성장은 불가능하다. 즉 창업 이후 재도전이 보장되는 사회 구조가 돼야 혁신을 통한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보장할 수 있다.

한 예로 미국 연방파산법에서는 파산자 차별을 금하고 있다. 회생 기업에 대해서는 신생 기업과 동일한 대우를 하도록 명시해 어떠한 불이익도 금지되고, 활동에 제약이 없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여덟 번 실패한 후 성공했듯 우리 사회도 재도전이 가능한 시스템이 구축돼 있으면 성공하는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이를 통해 더 많은 고용 창출과 사회 가치도 제고할 수 있다.

정부의 국정 운영 5개년 계획 가운데 '혁신을 응원하는 창업 국가 조성' 과제에 재도전 인프라 확충과 연대보증 폐지 확대, 정책금융 채무조정 범위 확대 등 실패 부담 완화 방안이 포함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창업­성장­회수의 선순환 벤처 생태계를 조성하고 실패 경험을 사회 자산으로 만들려면 창업 실패 이후 재도전을 이끌 수 있는 '창업 안전망'을 조속히 제도화하고 실행, 현장에서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소기업기본법을 개정해 성실 실패자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신생 기업과 동일한 수준에서 보장하고, 그동안 선별해서 부여하는 재도전 기회 제공에서 벗어나 모두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도덕성 해이에는 강력한 사후 징벌과 배상 제도를 마련하면 된다.

연대보증제도는 창업 기피와 재도전 의욕을 꺾는 핵심 요인으로, 이번 정부의 제도 개선에 의해 정책금융기관의 창업자 연대보증은 거의 면제됐다. 그러나 일반 시중은행에는 연대보증 요구가 여전히 남아 있어 제도 개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국가 재정 측면에서도 창업 활성화에 의한 창업 확대로 이어져 추가 법인세 징수와 국부 창출을 기대할 수도 있다.

초기 창업기업의 경우 창업자와 특수 관계에 있는 과점 주주에게는 2차 납세 의무가 부과되고 있다. 대체로 위험도가 높은 혁신벤처기업은 과점 주주인 벤처창업자 또는 투자자가 실패 시 투자원금 손실뿐만 아니라 2차 납세 의무까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더 재기가 어렵다.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이 과점 주주 대상으로 2차 납세 의무를 부여하는 국가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도 신성장 산업 분야인 혁신벤처기업의 2차 납세 면제 요건을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 성실 실패로 판정된 벤처기업과 혁신창업기업 대상으로 하는 재창업 기반 마련을 위해 재창업 자금을 지원하는 공제 사업 도입도 검토해 볼 수 있다.

현재 일부 폐업은 대표자 생활 안정과 재창업 지원을 위한 제도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실패 창업자의 재창업을 위한 실질 지원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최근 우리나라 고용 축이 대기업에서 벤처기업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대기업이 신규 채용과 고용을 줄이는 가운데서도 총 76만여명을 고용하고 있는 현재 벤처인증기업은 사업 확장을 위해 매년 인력을 확대하고 있다.

대기업이 이끌어 온 국가 성장 패러다임을 벤처가 계속 이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혁신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패라는 두려움을 제거해야 누구나 손쉽게 벤처 창업에 뛰어들 수 있다. 이렇게 생겨난 창업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질 좋은 일자리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재도전 기업의 성공 확률이 더 높다는 점에서 재창업 지원은 창업기업 수 확대보다 일자리 창출에 더욱 효과 높은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charles@kov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