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글로비스, 분할합병 철회...정의선 부회장 “주주 의견 수용”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을 철회하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제동이 걸렸다. 엘리엇·ISS 등 외국계 자본과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 자문사가 개편안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주주들의 의견을 대폭 수용해 새로운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제공=현대차)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제공=현대차)

2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1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분할합병 계약을 일단 해제한 후 분할합병안을 보완·개선해 다시 추진키로 결정했다. 이에 이달 29일 예정된 양사 임시 주주총회는 취소됐다.

정의선 부회장은 “그동안 그룹 구조개편안 발표 이후 주주들과 투자자 및 시장에서 제기한 다양한 견해와 고언을 겸허한 마음으로 검토해 충분히 반영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28일 현대모비스를 최상위 지배회사로 두고 현대차와 기아차로 이어지는 단순 구조로 전환해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지배구조 재편안을 발표했다. 현재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고리는 △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4개다.

현대차그룹은 21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가 각각 이사회를 열어 현재 체결돼 있는 분할합병 계약을 일단 해제한 후 분할합병 안을 보완·개선해 다시 추진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29일 열릴 예정이었던 양사 임시 주주총회는 취소됐다.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박지호 기자 jihopress@etnews.com
현대차그룹은 21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가 각각 이사회를 열어 현재 체결돼 있는 분할합병 계약을 일단 해제한 후 분할합병 안을 보완·개선해 다시 추진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29일 열릴 예정이었던 양사 임시 주주총회는 취소됐다.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박지호 기자 jihopress@etnews.com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첫 단추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0.61대 1로 분할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모비스의 존속 부문과 분할 부문 비율은 순자산가치 기준 0.79 대 0.21이다. 하지만 지난달 3일 엘리엇 계열 펀드의 투자자문사인 '엘리엇어드바이저스홍콩'이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안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지난달 23일에는 현대차그룹 이사회에 '현대 가속화 제안' 서신을 보냈다. 모비스를 글로비스가 아닌 현대차와 합병해 지주사로 전환할 것을 제시했다. 또 자사주 소각, 주주환원정책 강화 등을 요구했다. 결국 이달 11일엔 최종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이후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라스루이스도 분할합병안에 반대를 권고했다. 합병비율이 현대모비스 주주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로 인해 정 부회장은 지난 15일 미국 출장길에 뉴욕에 들러 외국인 투자자들을 만나 분할합병안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뉴욕은 엘리엇을 비롯해 다양한 헤지펀드, 투자은행(IB) 등이 위치해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제공=엘리엇)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제공=엘리엇)

그 사이 국내에서도 현대차그룹 개편안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게재하기 시작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대신지배구조연구소도 주주들에게 반대를 권고했다. 지난 17일에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을 맡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까지 반대하며 상황이 더욱 불리해진 것이다.

분할합병 주총안건은 참석주주의 3분의 2이상의 동의를 받아야한다. 분할합병과 같은 첨예한 안건은 보통 80% 이상의 주주가 참석하는데,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최소한 54%의 찬성표를 얻어야 했다.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때 주총 참석률은 83.6%였다.

현재 기아차,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30.17%이다. 2대주주인 국민연금(9.82%)이 찬성해도 40%에 불과하다. 반면 외국 투자자 지분은 48.6%에 달한다. 나머지 8.7%는 국내 기관과 개인이 보유했다. 때문에 80%의 주주가 주총에 참석하면 현대차그룹은 기존 방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14% 찬성표를 외부에서 끌어와야 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은 더욱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여러 의견과 평가들을 전향적으로 수렴해 사업경쟁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보완해 개선할 것”이라며 “어떠한 구조개편 방안도 주주들과 시장의 충분한 신뢰와 지지를 없이는 추진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