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게놈 정보의 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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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화 UNIST 교수
<박종화 UNIST 교수>

2011년에 포털사이트 네이트에서 3500만 가입자의 비밀번호, 주민번호, 연락처 등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 그 후에도 국내외에서 크고 작은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이 억 단위로도 일어났다. 이런 일이 있고 나면 보안 회사들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들고 나온다.

인터넷은 누구나 어디서나 접근 가능한 열린 공간이다. 여기서 생기는 보안 문제는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최신 보안기술인 블록체인도 뚫으려 시도하면 뚫릴 것이다. 철학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누군가가 보안이라는 일종의 공포 환경을 조성하고, 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사회를 운영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게놈 정보는 한 인간이 지닌 30억쌍의 모든 유전자형을 말한다. 방대한 게놈 정보는 진단 정보도 의료 정보도 기본이 아니다. 과학기술 정보이고 개인 정보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게놈 정보 활용과 보안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공포 환경이 조성돼 있다.

보건 당국은 개인의 유전형을 누가 알게 되거나 유출되면 자살 등 사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식으로 걱정한다. 유전형에 따르는 질환 발생 여부도 100% 확실치 않는데 뭐 하러 게놈 정보를 공개하느냐는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독재자에게 힘이 있으면 언제든지 눌러서 가만히 있도록 하는 위계 및 권위에 따르는 관습이 여전하다. 시키는 대로만 하라는 식의 포지티브 규제다. 그것 외의 새로운 것이나 다른 것, 아직 당국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하지 말라고 한다.

필자는 이제 이것을 국민이 결정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당국의 게놈 정보 독점은 개인의 신체검사 자료, 성격 자료, 학교 성적, 입사시험에서 몇 등을 했는지 등을 알 필요가 없다는 것과 같은 논리다. 우리 국민이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노예처럼 조정 받고 세밀히 관리돼야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답답할 뿐이다.

지난 촛불혁명을 보면, 누가 특별히 선동한 것이 아닌데 국민 스스로가 목소리를 내고, 사회 전체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섰다. 국민이 나서지 않았다면 지난 정권은 사람들은 계속 자리를 지켰을 것이고, 국민은 정권이 하라는 대로 살고 있었을지 모른다.

사회엔 다양성이 존재하고, 다양성은 존중돼야 한다. 그래서 '다른 말을 하면 정 맞으니 하지 마세요'가 아니라 '나와 다르지만 그 논리를 존중해 주세요'라는 말이 옳다. 이런 점에서 개인이 원하면 언제, 어디서나, 어디를 통해서든 본인의 유전자형을 알 수 있는 자결권을 주기 위해 현재 규제는 근본부터 바뀌어야 한다.

게놈 정보 분야에서 우리 국민은 당국의 철저한 규제 속에 살고 있다. 자신의 피에서 나온 자신의 정보를 마음대로 볼 수 없다. 12개로 설정된 표현형에 대해서만 알 수 있다. 그것도 한시로. 보건 당국은 왜 12개뿐이고, 어떤 기준으로 12개만을 허용했고, 왜 더 많이 또는 모든 유전자형 정보를 알고자 하는 사람과 기업을 규제하는지 논리 정연하게 답하지 못하고 있다.

내 게놈 정보는 내 것이다. 내 얼굴, 내 키, 내 나이처럼 나를 결정하는 소중한 데이터다. 내가 원하면 내 정보를 알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보건 당국과 일각에서는 그러면 '유전자 정보 보안은 어떻게 할 거냐'라고 묻는다.

그러나 현실에서, 앞으로도 완벽한 보안이란 절대 있을 수 없다. 이미 신용카드, 소셜 네트워크, 이메일 등에서 수많은 해킹·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아주 극소수의 정보만으로도 어렵지 않게 개인을 확인할 수 있는 시대다.

완벽한 보안이 가능하다는 위선을 버리고,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있음을 인정하고 동의를 구하는 자결권을 주는 형식처럼 유전형 정보도 제공돼야 한다.

게놈을 해독하면 엄청난 양의 과학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개인 의료 정보처럼 모든 것을 꼼꼼하게 숨겨야 할 정보가 아니라는 얘기다. 필자는 본인 게놈 정보는 본인이 택해야 한다는 '게놈 정보의 민주(민이 주인)화'를 오랫동안 바랐다.

박종화 UNIST 생명과학부 교수 jongbhak@un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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