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게임산업법 전면개정안, 10%가 부족하다

정해상 단국대 법과대학 명예교수
정해상 단국대 법과대학 명예교수

과거 우리나라 게임산업 초기에 게임개발원이 운영됐으나 '바다이야기'사건으로 인해 폐지된 바 있다. 이후 게임산업은 게임물등급위원회, 게임물관리위원회 등 게임괸리기관에 의해 게임물등급평가를 중심으로 규제를 받는 '위험한' 산업이 되었다. 그래도 문화콘텐츠 수출의 60%를 넘는 복합문화산업으로 자리를 잡은 것을 보면 대단하다.

최근 국회에서는 게임산업법 전면개정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개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게임산업 규제의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주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게임의 정의가 정상화되고 있다. 게임을 '이용자들이 가상의 규칙에 따라서 재미를 추구하거나 문화활동을 할 수 있도록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된 디지털 콘텐츠'로 정의하고 있다. 게임을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규칙을 내용으로 하는 문화콘텐츠로 정의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게임은 선택과 환경을 조합한 콘텐츠기 때문이다. 그리고 게임으로 재미를 추구하거나 문화활동을 하는 것은 이용자의 영역이다.

아쉬운 것은 사행성게임으로 즐길 수 있는 이용자의 재미에 관한 기준을 여전히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행성게임이라고 해서 모두 도박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므로 이와 관련한 게임성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개정안에는 놀랍게도 협회 등의 활용을 규정하고 있다. 협회의 적극적 활용은 산업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게 하면서 정책의 실효성을 갖게 한다. 특히 문화산업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게임산업협회를 적극 활용하면, 게임 과몰입의 해소 등 바람직한 게임문화의 정착 기타 게임이용자 보호를 위한 자율규제가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 우수 게임의 개발·제작·유통 등의 촉진, 중소 게임업자에 대한 지원, 전문인력의 양성, 게임 표준화 등도 게임개발자협회를 활용하면 정책을 단기간에 활성화할 수 있다.

게임진흥원이 설립된다고도 한다. 새로 설립되는 게임진흥원은 콘텐츠진흥원의 게임부문과 게임물관리위원회를 합친 형태로 보인다.

그러나 게임진흥원 내에 독립기구로서 위원을 장관이 임명하는 게임관리위원회 조직을 유지하는 것은 전면개정의 취지에 반한다. 이러한 형태의 게임관리위원회는 예산의 측면에서만 게임진흥원 산하일 뿐 업무의 독립성과 조직은 기존의 게임물관리위원회와 차이가 없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독립적 권한을 악용한 자의적 규제로 게임산업에 많은 논란을 초래하였음에도 유사한 지위로 게임관리위원회를 유지하는 것은 논란을 반복할 가능성을 높인다.

게임산업을 진흥하고 합리적인 규제를 하려면 게임물관리업무는 진흥원 자체 업무로 해 협력 사무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등급분류기준 마련, 자율등급분류사업자 선정과 자율성 등에 관련해서는 비상설 전문위원회의 자문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등급분류기준의 합리성, 자율등급분류사업자에 대한 자율성 존중은 게임산업의 발전을 좌우하는 가장 기초적인 요인이다. 중소 게임사업자에게는 자금대출이나 세제지원보다 등급분류와 유통의 합리적 관리만 제공해도 감지덕지다.

게임산업법의 화려한 개정은 진행되고 있지만, 개정의 목적이 달성될 것이라는 기대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개혁은 새롭고 넓어야 하지만 치밀해야만 한다. 개혁에는 반동이 있고, 악마는 디테일에 있기 때문이다.

정해상 단국대 법과대학 명예교수 hocru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