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 종로시대 개막, e스포츠리그 주도권 지각변동

LCK스프링 개막식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LCK아레나에서 열렸다 (사진=라이엇게임즈코리아)
LCK스프링 개막식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LCK아레나에서 열렸다 (사진=라이엇게임즈코리아)

'리그오브레전드' 리그가 종로 시대를 열었다. 라이엇게임즈가 경기장 건설부터 방송제작, 중계권 판매까지 도맡았다. 기존 TV게임방송사가 리그 운영권을 가지고 주도했던 e스포츠 중계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21일 라이엇게임즈코리아는 서울시 종로구 LCK아레나에서 열리는 리그 생중계에 TV채널을 제외했다. 신설채널 SBS아프리카TV, 네이버, 아프리카TV, 페이스북 게이밍 등 온라인 플랫폼으로 경기를 송출했다.

라이엇게임즈코리아는 이번 리그부터 직접 방송을 제작해 중계권을 판매한다. 지식재산권(IP) 보유 개발사라는 특징을 살려 게임과 방송, 중계현장이 통합된 종합 연출을 지향한다. 이미 리그를 운영하고 방송을 제작하고 송출, 유통까지 할 수 있는 TV게임방송사에게는 달갑지 않은 이야기다.

게임사가 직접 방송을 제작함에 따라 과거 '온게임넷 스타리그'처럼 종목사가 아닌 방송사가 운영권을 갖는 리그 창출 가능성은 낮아졌다. e스포츠 리그 운영 주도권이 방송사에서 게임사로 넘어간 셈이다.

e스포츠 시대를 열고 주도했던 TV게임방송사가 주도권을 뺏긴 건 리그오브레전드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블리자드는 트위치와 계약을 통해 '오버워치 리그'를 중계하고 사무국, 커미셔너 역할을 동시에 한다.

온라인으로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결정이다. e스포츠 중계 주 시청자층인 1020세대는 TV 시청률이 낮다. 한국콘텐츠진흥원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시청자가 가장 많이 보는 플랫폼은 유튜브로 조사됐다.

OGN은 자체 브랜드 대회를 준비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배틀그라운드' 리그를 제외하면 무게감이 떨어진다. 스포TV는 e스포츠 리그보다 유튜브 채널 '라우드G'에 집중한다. 또 라이엇게임즈와 협력해 스낵콘텐츠나 사이드콘텐츠 등을 제공하는 것도 고려한다.

중계채널이 변화하면서 중계방식도 변했다. 상황판 양옆으로 선수 얼굴 화면을 보여줬다. 코치박스를 화면에 자주 노출했다. 코치박스는 야구 더그아웃과 같은 역할을 한다. 스포츠적 요소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노렸다.

경기 후 분석도 라이엇게임즈가 제작한다. 세트마다 따로 마련된 분석 데스크에서 전 프로선수와 해설자가 리뷰를 진행한다. 스포츠 천국이라 불리는 미국 프로스포츠에서 자주 시도되는 방식이다.

주 시청자들 시청 양상이 변화함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에 집중하는 현상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전통스포츠가 종목, 리그 운영, 방송으로 분업해 리그를 중계한다면 e스포츠는 게임사에서 모든 역할을 하는 셈이다.

프로e스포츠단 콘텐츠 제작 관계자는 “과거에는 방송사가 리그 운영권을 가지고 있어 주도권이 방송사에 있었다”며 “TV채널 중요도가 낮아지고 게임사가 직접 제작 프로덕션을 마련함에 따라 기존 관행을 따를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