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슐에 남는 열 저장해 난방 공급…KIST 기술 개발

PCM을 이용한 온수 수송 원리
PCM을 이용한 온수 수송 원리

국내 연구진이 태양열 등을 캡슐에 저장해 열 손실 없이 난방을 공급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100℃ 이상 온수를 전송하는 방식 대비 절반 온도로 열을 전달한다. 비용이 적게 들고 배관 안전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 차세대 지역난방 기술로 주목받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국가기반기술연구본부 신유환 박사팀은 상변화 물질(PCM) 캡슐을 이용한 차세대 열 수송 기술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PCM은 고체에서 액체로 변화할 때 열을 흡수해 내부에 저장하고 다시 고체로 변화 시에 저장한 열을 방출한다. 대표 물질로는 양초 재료인 파라핀 오일이 있다.

연구진은 새 PCM 물질을 개발했다. 기존 개발한 딱딱한 구슬모양 열 저장 용기를 아주 작은 마이크로 사이즈의 유연한 타원형 PCM 캡슐 모양으로 변형했다. 기존 대비 열전달 성능이 5.5배 개선됐다. 열 저장 시간은 절반으로 줄였다.

PCM은 고체에서 액체로 변화할 때 50℃를 유지한다. 이때 물보다 70배 이상 많은 열을 내부에 저장한다. PCM 캡슐을 물과 함께 배관을 통해 이송시키면 기존 110℃로 수송해야 했던 온수를 절반 이하 온도로 수송할 수 있다. 온수 온도가 낮기 때문에 열 손실이 크게 감소하고 배관 안전성 문제도 해결된다. 수용가에 도착하면 PCM 구성 물질을 필터링해 순수한 온수만 공급하면 된다. PCM은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환경적으로도 안전하다.

PCM수송을 이용한 열에너지 네트워크 모식도
PCM수송을 이용한 열에너지 네트워크 모식도

PCM 캡슐은 태양열 저장 기술로도 활용할 수 있다. PCM 잠열 축열조를 만들어 물의 70배 수준 높은 열용량을 가진 열 저장 탱크를 만들 수 있다. 태양열을 저장했다가 수송해 난방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다. 난방 수용가 근처에 주유소처럼 열 스테이션을 조성해 온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건축물 온도제어에 활용하는 일명 '열에너지 플러스 빌딩' 응용연구를 하고 있다. 여름철 건물 외벽 뜨거운 열을 벽면 내부 PCM 캡슐에 저장한 뒤 이를 건물 지하 20m 땅속에 단열 보관한다. 이를 겨울철에 다시 꺼내 건물 온도를 올리는데 쓸 수 있다. 겨울철에는 냉기를 저장했다가 여름철에 냉방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2025년까지 민간에 보급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신유환 KIST 박사는 “정부, 산학연 협력기반을 조성해 PCM 열 수송 기술이 산업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 지원으로 KIST 기관고유사업으로 수행했다. 에너지 분야 국제 저널(Energy Conversion and Management) 최신호에 실렸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