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질병인가?]<6> 건강한 삶을 위한 스포츠와 교육, 현실과 게임을 결합 '게이미피케이션' 뜬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심장협회와 세계보건기구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신체활동량에 도달하기 위해 일주일에 5일간 하루 30분 정도 활발히 걷기를 권고한다. 심장질환 위험을 줄이고 수면을 개선해 전반적인 정신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머리는 알고 있지만 바쁜 현실에서 의지가 꺾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게이미피케이션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통상 게임으로 인식되지 않았던 교육, 건강 등 비게임 분야에 자발적이며 몰입적인 '놀이 경험' 발생을 위해 게임 요소를 현실에 도입하려는 활동이다. 2000년대 초 영국 IT 컨설턴트 닉 펠링이 최초로 제안했다. 2010년 이후 마케팅 분야를 중심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진지한 현실과 유희적 놀이 가운데 서 있는 요소로 재미와 진지함을 모두 요구하는 독특한 특성이 있다. 지속할 수 있는 놀이경험을 통해 자발적 동기부여, 관여도, 몰입, 창의적 문제 해결력 강화를 꾀한다. 특정한 행동과 판단에 관한 습관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게이미피케이션은 사람이 사회 안에서 얻고 싶어 하는 욕구를 반영한다. 사회와 달리 게임에서는 결과물이 빨리 나온다.

게임에는 규칙이 있다. 게임 플레이 과정에서 다양하고 측정 가능한 결과물이 발생한다. 게임 결과물에는 서로 다른 가치가 부여되고 플레이어 직접 참여와 노력이 요구된다. 노력을 통해 얻은 게임 결과물에 플레이어는 심리적 애착을 두게 된다. 자꾸 반복하면서 목표를 수행하면 '레벨 업'이 된다. 열심히 성실하게 한 만큼 점수가 나온다. 열심히 한 만큼 보상이 주어진다. 남다른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때문에 점수, 순위표, 업적보상 등 외적 보상이 주어진다.

점수, 순위표, 업적보상이 게이미피케이션 핵심이다. 사진은 가민 커넥트 업적 뱃지 화면
점수, 순위표, 업적보상이 게이미피케이션 핵심이다. 사진은 가민 커넥트 업적 뱃지 화면

가장 빠르게 확산되는 부문은 스포츠 분야다. 세계 기업이 게이미피케이션을 결합한 건강 카테고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진출하고 있다. 미국 스포츠용품 제조업체 언더아머가 '마이피트니스팔(MyFitneePal)'을 475만달러, '엔도몬도(Endomondo)' '맵마이피트니스(MapMyFitness)'를 각각 85만달러, 150만달러에 인수할 정도로 규모를 인정받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기업 '스트라바' 스트라바는 게이미피케이션을 가장 잘 적용한 앱이다. 라이딩계 페이스북이라 불린다. 모바일 앱으로 이용자 운동 기록을 추적하고 경로를 데이터로 남긴다. 운동량을 계측해 지인들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다양한 분석과 기능을 통해 운동 욕망을 장려한다. 최근에는 라이딩을 넘어 달리기, 마라톤 등 수천만 명이 이 앱으로 이용자 운동 기록을 확인하고 자극을 받고 있다.

백미는 경쟁이다. 세계 이용자가 자유롭게 정한 구간을 달릴 때 시간이 자동 측정된다. 세계 순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자발적으로 동기부여를 함과 동시에 몰입도를 높인다. 지역, 기능별 커뮤니티와 결합해 관여도도 높여 지속 가능한 생활 일부분이 되게 한다.

가민커넥트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종류 운동을 지원한다. 매주 운동 결과를 그룹과 비교해 내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리포트를 내준다.

GPS를 이용해 운동경로로 그림을 만드는 놀이가 인기를 끌고 있다.
GPS를 이용해 운동경로로 그림을 만드는 놀이가 인기를 끌고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이 적용된 건강 앱은 대부분 GPS 기반이다. 이를 이용한 게임도 있다. 운동 경로로 그림을 그린다. 하트, 포도, 양말, 사슴 등 모양을 그리면서 논다.

구글도 뛰어들었다. '구글 핏'은 스마트폰 또는 스마트 워치에 있는 GPS와 가속계를 통해 자동으로 감지하고 적립한 하트 포인트를 추정한다. 다른 유형 운동을 할 때에는 활동 종목을 선택하면 구글 핏이 운동 중에 얻은 하트 포인트와 운동 시간을 계산한다. 활동, 업적 및 목표 진행 상황을 보여준다.

'에듀게임'도 스포츠와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룬다. 게임과 교육을 묶어 학습에 흥미를 유도한다. 몰입도가 강해 원하는 소기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퀴즈나 퍼즐로 수학, 영어, 코딩을 학습할 수 있는 교보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 메일맨 공공보건대학교와 프랑스 파리 데카르트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11세 어린이가 게임을 많이 할수록 정신건강·인지력·사고능력·학업 성취도가 더 높다.

최근에는 급속도로 발전하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게임을 과목에 활용하면서 역사나 영어, 사회 공부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데 효과를 보고 있다.

권보연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게이미피케이션은 보다 즐겁고 보다 능동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열정을 통해 더욱 창의적인 해법을 찾는 과정”이라며 “이용자를 플레이어로 전환하는 의도된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