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47>지식재산 창출·활용 아우르는 세제 혁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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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47>지식재산 창출·활용 아우르는 세제 혁신 바란다

최근 들어 경제 활성화 정책이 출력을 높이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의 경우 이미 금융, 산업, 중소벤처, 정보통신 분야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 부처의 적극 행정과 많은 혁신 사업 제안이 필요하지만 우리 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경제 혁신에 정부가 고려할 수 있는 수단은 다양하겠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 체감도가 가장 높은 것은 규제 혁파와 세제 혁신이다. 특히 기술 혁신을 염두에 둔다면 아무래도 연구개발(R&D) 세제와 지식재산 세제를 떠올리게 된다.

이 가운데 R&D 세제의 경우 그동안 정책 저변을 넓혀 왔고, 기업 요구를 청취하는 등 꾸준히 개선하는 노력도 해 왔다. 반면에 지식재산 세제는 기업 관심이나 정부의 적극성도 다소 떨어지는 듯하다.

한 가지 비근한 사례가 직무발명보상금제도다. 회사에서 종업원(발명자)이 직무 수행 도중에 개발한 발명권을 사용자에게 승계할 경우 그 대가로 보상받는 제도이지만 현행 500만원인 비과세 한도가 너무 낮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 문제의 배경에는 과거 직무발명보상금이 기타 소득으로 비과세 대상이었다가 2016년 말 근로소득으로 구분돼 연 300만원 이하에만 비과세하는 것으로 바뀐 사정이 있었다. 조세 당국은 지난해 12월 비과세 한도를 연 300만원에서 연 5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만큼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더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직무발명보상금제도는 좀 나은 처지일 수도 있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한 제도도 있다. 예를 들어 특허박스는 특허 같은 지식재산을 사업화해 발생한 소득에 대해 법인세를 감면해 주는 제도다. 직무발명보상이 연구자의 연구 의욕이나 혁신 의지를 높이자는 것이라면 특허박스는 R&D 성과물인 지식재산 활용과 사업화를 촉진하자는 것이다. 전자가 지식 창출 관점이라면 후자는 지식 활용 관점에서 대구를 이루는 제도라 할 수 있다.

물론 이 특허박스의 경우 정책 착안 관점에서 본다면 규제 샌드박스와 다소 차이가 있지만 기업 혁신을 한 단계 더 높게 증진시키기 위한 제도라는 면에서 공통점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기술이전 및 취득에 대한 과세특례제도(조세특례제한법 12조)에 비슷한 규정이 있는 탓인지 조세 당국의 시각은 부정 측면에 방점을 두는 듯하다. 실상 이 특허박스를 전면 시행하게 되면 자칫 R&D 비중이 큰 산업과 대기업에 세제 지원이 집중되는 형평성 문제나 기업의 조세 회피, 법인세 세수 감소 같은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당연히 우려하고 따져봐야 하겠지만 문제는 이 정도에서 정책 숙의가 멈춰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묶어 지원하거나 지원 범위를 차등화하고 신청 심사를 면밀하게 하는 등 제도의 취지는 살리고 역선택과 도덕성 해이를 줄이는 보완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또 시행 후 운영 과정에 제도를 보완하고 개선해 가는 신속·효율 행정을 통한 대안도 마련해야 함에도 실상 이런 수준의 숙의가 우리 정책 환경에선 정녕 쉽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의 지식재산 경쟁력은 미래의 우리 경제 성장 전망임에 분명하다. 우리가 특허협력조약(PTC) 출원 건수 세계 5위, 특허출원 건수 4위, GDP 대비 출원 건수와 인구 대비 출원 건수는 1위라는 자랑스러운 수치 앞에서 오히려 주춤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

지식은 창출하는 것만으로 완성이라 볼 수 없다. 우리 세제가 깔때기 같은 모습이라면 창출은 활성화되겠지만 깔때기의 좁은 곳에선 병목이 생기고, 성과 없이 고인 물이 자칫 혁신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활용을 염두에 두고 지식재산 세제를 생각해 보고, 이것을 다시 창출로 연결해서 우리 세제에 결절은 없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