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에게 듣는다]취임 100일 맞은 김우승 한양대 총장 "4차 산업혁명 시대 '실천'이 가장 중요"

김우승 한양대 총장
김우승 한양대 총장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실천'이 우선입니다. 대학 총장으로서 거대 담론을 이야기할 여유가 없습니다. '초연결' '초융합'을 실행에 옮겨야 대학이 위기를 극복하고 나아갈 수 있습니다.”

서울시 성동구 한양대 신본관에서 만난 김우승 총장은 거룩한 목표를 잡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김 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초융합'이 중요한 만큼 머릿속에는 어떻게 실행할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발로 뛰는 '산학협력 대가'로 불리는 김 총장은 4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김 총장으로부터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 양성, 대학의 역할 등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총장에게 듣는다]취임 100일 맞은 김우승 한양대 총장 "4차 산업혁명 시대 '실천'이 가장 중요"

-'융합'을 강조하는 시대다. 한양대가 추진 중인 학과별 융합 정책은 무엇인가.

▲한양대는 다음 달 생명공학에 특화된 'MEB(Medicine·Engineering·Bio)센터'를 설립한다. MEB센터는 공학, 과학, 약학, 의학 분야 융합연구를 위한 의료 융합연구센터다. 생명공학 분야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지만 단과대별 연구만으로는 성과가 나오기 어렵다. 같은 캠퍼스에 있어도 타 단대 교수 간 교류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다. 연구를 하려면 교수들이 자주 만나야 한다고 보고 MEB센터 설립을 추진했다. 센터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융합 연구가 활발해질 것이다.

이를 위해 학교 차원에서 전폭 지원을 한다. 이달 모집 공고를 내고, 다음 달 서울과 에리카 캠퍼스를 포함해 5개 센터를 선정한다. 연간 5000만원에서 1억원을 총 4년간 지원한다. 연구 공간을 제공하고 간접비 50%를 돌려준다.

생명공학은 고령화시대 주요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프린스턴대학은 생명공학 특허 4개로 약 1560억원을 벌었다. 특허 수보다는 질이 중요한 것을 알 수 있다.

한양대는 의과대학, 약학대학, 자연대학, 공과대학이 아주 우수한 종합대학이다. 뛰어난 인프라를 활용해 눈부신 생명공합 융합 연구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MEB센터는 연구만 하는 곳은 아니다. 기관, 산업과의 연계성이 뚜렷한 곳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인문학을 중심으로 한 '한양인문진흥센터'도 설립할 계획이다. '인문학이 꿈꾸고 공학이 실현한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인문학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에게 요구되는 '4C(Critical Thinking, Creativity, Collaboration, Communication)' 능력을 기르는 기반이다. '인문학 특화 기관'을 설립하고 지속가능한 인문학을 육성할 계획이다. 5개 센터를 만들고 센터 당 연 5000만원, 4년 간 2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공학, 경영학 등 다양한 학문과 연계하고 학교 교육과정에 적용해 학생이 제대로 된 융·복합 교육을 받는 곳으로 성장시키겠다.

'초연결' '초융합' '초지능'은 4차 산업혁명의 주된 키워드로 교육과 연구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실용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한양대의 비전이다. 초연결 측면에서 대학교육과 산업 간 연결성을 강화하겠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AI)이 화두다. AI 전문 인재양성을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부지불식간에 AI는 물과 공기와 같은 것이 돼 버렸다. 향후 AI가 없으면 생활이 어려워지는 시대가 올 것이다. AI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AI 시대에 대비해 한양대는 내년 '미래산업학부'를 개설하고, 뇌심리학과와 데이터사이언스학과를 만들어 20명씩 신입생을 선발한다. 해당 학과는 빅데이터를 다루고 AI를 인간의 사고능력 이상으로 만드는 법 등을 배운다.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학부 단위에 개설한다. 또한 가까운 미래에 관련 대학원 과정도 개설할 것이다. 당연히 AI, 빅 데이터 관련 연구도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한양대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연구와 교육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AI 시대에는 산·학 협력이 필수다. 현실적으로 대학은 기업만큼 많은 AI 전문가를 스카웃할 여력이 안 된다. 산·학연계 교육을 해야 한다. 기업에 있는 전문가가 대학에 와서 강의를 하는 등 다양한 협력이 요구된다.

대학 간에도 AI 분야 협력이 시급하다. 국내에 AI 전문가가 많지 않다. 대학에 있는 AI 교수도 전공 분야가 제각각이다. 대학이 연합해서 공동 연구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협력이 필요하다.

시대가 급변하고 있다. 이제 클릭 한번으로 최신 연구 결과를 배울 수 있는 시대다. 지식전달 주체로서 대학의 소명은 약해지고 있다. 대학이 서로 적극 협력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등록금은 10년째 동결됐고, 학령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대학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대학은 지역과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고 현시대에 필요한 여러 분야의 전문 인재를 양성해 내는 중요한 일을 담당한다. 대학은 최근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적 어려움, 시대의 변화에 따른 교육방식과 패러다임 변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이런 어려움은 한양대 뿐 아니라 다수 대학의 발전 동력이었다.

한양대는 기업과 산·학 협력을 통해 이런 위기를 극복할 계획이다. 기업이 먼저 찾아오는 '멤버십 산학협력 R&D센터(IUCC)'를 설립할 예정이다. 조만간 공모를 거쳐 3~4명 교수가 모인 센터 2~3곳을 만든다.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활성화된 방식이다.

운동을 하고자하는 사람이 피트니스 센터에서 회원권을 끊듯이 기업이 자문을 받고 공동으로 연구하기 위해 요금을 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의 '기어랩'이 좋은 예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80여개 기업이 최대 14만5000달러(약 1억6000만원) 요금을 매년 지불한다.

멤버십 산학협력 R&D센터는 기업이 하기 어려운 장기적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할 것이다. 기업으로부터 받은 회비(membership fee)로 조성한 자금으로 각 분야 전문교수가 공동연구하고 그 결과물을 기업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총장에게 듣는다]취임 100일 맞은 김우승 한양대 총장 "4차 산업혁명 시대 '실천'이 가장 중요"

-창업활성화 정책을 펼치는 배경은.

▲한국기업데이터(KED) 자료에 따르면 한양대 동문이 대표로 재직 중인 스타트업(설립 7년 미만) 기업은 2153개(2018년 12월 기준)로 국내 대학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이들은 총 2만979명을 고용했고 연 9조2630억원 매출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창업은 고용창출, 산업활성화 등 국가 경제에 큰 기여를 한다.

한양대가 학생을 대상으로 창업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이유는 당장 창업하라는 취지가 아니라 학생의 성장을 돕기 위해서다. 창업교육은 학생들로 하여금 본인의 삶을 도전적이고 능동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하는 좋은 경험이 된다. 또 미래에 우연히 또는 좋은 기회로 창업했을 때 대학 시절 학교에서 배운 교육과 훈련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기업을 다니다가 창업하려는 이들이 많지만 학부 시절 창업 관련해 배운 것이 없으면 창업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창업을 위해서는 아이디어나 기술도 중요하지만 창업의 성공과 유지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대학별로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 특색 있는 창업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양대는 앞으로도 구글, 애플 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혁신 창업기업을 배출시킬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

-고교 교육 정상화와 훌륭한 인재 선발을 위해 대학 입시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고교 교육 정상화라 함은 결국 과도한 사교육과 줄 세우기 식 성적 중심의 서열화, 기초학문 경시현상 등 현재의 공교육이 가진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 사회에 대비할 수 있는 사고력과 창의력 습득을 위해 교과 및 비교과에서 다양한 활동과 토의,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입시에 대한 부담 때문에 다양한 활동을 수업 현장에서 도입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양대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15년부터 입시제도 변화를 주도했다. 학생들의 생활을 기록한 학교생활기록부만으로 평가 및 선발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을 핵심 전형으로 설정하고 5년 동안 지속 고도화했다. 이와 함께 학생부교과, 논술, 수능중심 전형(정시), 특기자 등 다양한 전형을 통해 다양한 역량을 가진 학생을 선발했다. 전형은 수시 70: 정시 30, 활동중심 전형(학생부종합 + 특기자) 50: 성적중심 전형(학생부교과 + 논술 + 수능위주) 50으로 선발요소 간 균형이 잘 이뤄졌다.

앞으로도 한양대는 고등학생 수업 참여와 활동 확대, 사교육 축소 및 수업 이외 부담 경감, 성적 중심의 서열화 영향력 축소 등 공교육이 정상화 될 수 있도록 입시 제도를 개선·안정화할 것이다. 2022학년도 교육과정 개편에 따른 입시제도 변화에 대비해 화상 모의 면접을 포함한 역량 중심 면접제도 도입으로 입시 공정성과 효율성을 지켜나가겠다.

[총장에게 듣는다]취임 100일 맞은 김우승 한양대 총장 "4차 산업혁명 시대 '실천'이 가장 중요"

-한양대는 올해 80주년을 맞았다. 향후 한양대의 방향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대학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건학이념인 '사랑의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 사랑의 실천이라는 것은 교육, 연구, 윤리, 산업 등 모든 분야의 기본 정신이 된다. 사랑을 실천한다는 이념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한양대가 걸어왔던 방식으로 묵묵히 걸어가겠다.

○김우승 한양대 총장은…

'산학협력 대가'로 불린다. 직접 뛰어다니며 기업을 유치해 한양대 에리카(ERICA) 캠퍼스를 산·학·연 클러스터로 만들었다.

ERICA 캠퍼스는 경기테크노파크,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 등 인접한 산업단지 기업 180여곳과 연계해 매년 1000명 이상 학생에게 기업 현장실습을 제공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전기연구원, 산업기술시험원 등 연구개발 관련 국책기관도 캠퍼스 내 위치한다. 최근에는 제약 관련 기술이전을 통해 단일 건으로 10억원이 넘는 계약도 수주했다.

한양대 안산캠퍼스는 2009년 이름을 'Education(학교), Research(연구), Industry(산업), Cluster(클러스터) @Ansan'의 약자인 'ERICA'로 변경하며 산·학·연 특성화 대학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중심에 김 총장이 있었다.

김 총장은 “안산 캠퍼스 때는 분교 이미지가 강했다”며 “학생에게 자긍심을 심어줘야겠다는 생각에서 이름을 바꾸자고 건의했으며, 그 후 ERICA 캠퍼스 체질 개선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ERICA를 위해 연속성 있는 정책을 항상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회상했다.

ERICA 캠퍼스는 현장실습 온라인 시스템을 국내 대학 최초로 구축, 국내 대학가에 확산시키며 현장실습교육을 선도했다. 지난해 학생에게 160여개 기업 현장실습 기회를 제공했다. 글로벌리서치가 조사한 '2018 대학 취업-창업 역량 평가'에서 ERICA 캠퍼스는 특성화대학을 제외하고 국내 4년제 대학 중 '현장실습 참여학생 비율' 1위에 올랐다. 산학협력 중심대학 육성사업 1단계와 2단계,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사업 등 다양한 정부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ERICA 캠퍼스에는 공학대학, 소프트웨어융합대학, 과학기술융합대학, 약학대학 등 산·학 협력에 용이한 9개 단과대와 42개 학과가 있다.

김 총장은 경동고와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대학원에서 기계공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양대 기계공학과 교수, 산학협력실장, 산학기획처장, 산학협력단장을 지낸 뒤 부총장을 역임했다. 김 총장은 올해 2월 25일 한양대 15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이호준 정치정책부장

정리=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